13년 만의 원전 수출…또 한번 도약 나서는 한국수력원자력

Cover Story - 한국수력원자력

에너지 위기·탄소중립이 호기
한전서 분사…올해 창립 21주년
원전·수력 등 국내 전력 30% 담당

폴란드에 40조 규모 LOI 체결
원전 10기 수출 목표의 첫 단추
체코 신규 원전사업도 입찰 예정
한국형 APR1400 안전성 입증

수소발전 등 신성장동력 강화
청정수소 R&D 등 진행 착착
美와 청정에너지 기술 등 공유
양수발전 예측 진단시스템 구축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한수원의 영어 약자(KHNP)와 ‘미래 에너지’(FUTURE)라는 뜻을 담은 카드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한수원은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았다. 수력과 원자력을 주축으로 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으로서 국내 에너지의 약 30%를 생산하고 있다.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은 수력과 원자력을 주축으로 한 국내 전력 생산의 큰 축을 맡은 대표적인 에너지 공기업이다.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사한 이후 원전 산업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세계 에너지 위기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한수원은 최근의 에너지 위기를 동력으로 한국형 원전(APR1400)을 수출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국내 원전 생태계를 되살리는 중책도 짊어지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수원

한수원은 현재 원전 24기, 수력 21기, 양수 16기 등 설비용량 2만9000여㎿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전력의 약 30%를 생산하는 국내 최대 발전회사다. 특히 에너지 안보 위기와 탄소중립 가속화로 원전에 대한 관심이 부각되면서 한수원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무탄소 전원으로 평가받는 원전은 친환경 에너지원이면서 연료의 해외 의존도를 낮춰 에너지 자급자족을 달성할 수 있는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어서다.가시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달 31일 폴란드 최대 민간발전사 제팍(ZEPAK),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폴란드 퐁트누프 지역에 원전을 짓는 사업의향서(LOI)에 서명했다. 원전 수주가 확실시돼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출 이후 13년 만에 이뤄낸 쾌거라는 평가다. 이 프로젝트는 제팍의 퐁트누프 갈탄 발전소 부지에 1.4GW 규모의 한국형 원전 2~4기를 짓는 사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 규모가 최대 4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8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의 2차 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도 냈다. 한수원은 이 사업에서 80여 개 건물과 구조물을 건설하고 기자재를 납품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는 국내 중소기업들도 함께 참여한다. 이번 수주로 신규 원전 건설이 사라지면서 일감절벽에 허덕이던 국내 원전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외에도 한수원은 체코, 핀란드, 네덜란드, 벨기에, 필리핀, 베트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각지에서 원전 수주를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한수원이 수출하는 한국형 원전은 이미 기술자립화에 성공했다. 계획된 예산으로 적기에 원전을 만들 수 있는 시공능력도 한국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국가들이 공기 지연, 사업비 초과 등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한수원은 UAE 바라카 원전에서 공기와 예산을 지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형 원전은 세계적으로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7년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고, 2019년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안전성 평가를 통해 설계인증을 받았다. 미국 이외의 국가가 NRC 설계인증을 받은 것은 한국형 원전이 유일하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원전 안전은 한수원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최상의 안전 수준으로 원전을 관리·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기술 개발에도 앞장

한수원은 기존 사업과 더불어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등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특히 원전을 활용한 수소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원전으로 수소를 만들면 경제성을 확보함과 동시에 탄소중립의 주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또 안정적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한수원은 현재 ‘원자력을 활용한 청정수소 생산·저장·활용 기술개발 기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연구는 청정수소 생산을 위해서 △가동 원전 연계 방안 분석 △시스템 개념 및 기본설계 △인허가·안정성 분석 △사업 경제성 분석 △법·제도 개선 방안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사업화를 위한 실증은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추진한다. 대용량 청정수소 생산과 저장을 위한 설비 구축 및 운영 기술 개발이 목표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소경제가 열리기 위해선 합리적인 가격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전을 활용한 청정수소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이와 함께 양수발전 확대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때 양수발전이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양수발전소에 다양한 4차산업 기술을 접목해 설비 진동, 발전기 절연상태 등을 예측할 수 있는 예측진단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발전소 화재, 침수 등 대형 사고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로봇과 드론 개발도 한수원이 힘을 쏟는 분야다. 유연성과 안전성이 높은 SMR 개발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MR은 신재생에너지와 최적의 조화를 이룰 수 있고, 분산형 전원으로 다양한 활용도를 갖추고 있어서다. 황 사장은 “건강한 원전 생태계 조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며 “한수원과 관계기관의 역량을 총결집해 원전 생태계가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