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우디에 인력 파견 재개…"근로자 학대 방지책 마련"

임금 체불 등 논란 계속되자 1년전 중단…체불 보험 가입 등 지원
필리핀이 자국인 근로자에 대한 임금 체불 등 학대 논란을 빚은 사우디아라비아에 1년만에 인력 파견을 재개하기로 했다. 8일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가정부와 건설 현장 인부를 포함한 근로 인력을 사우디에 보내지 않기로 했던 방안을 철회했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필리핀은 1년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사우디에 파견된 수천명의 자국인 건설 인부들의 임금이 체불되자 인력 송출을 중단했다.

필리핀의 이주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수잔 오플레는 "사우디 당국과 수개월 동안 협상을 벌인 끝에 보완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근로 계약시 체불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고용주가 가혹 행위를 일삼을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됐다고 그는 전했다.

오플레는 또 이달중 사우디 관료들이 필리핀을 방문해 2016년부터 시작된 건설 인부들의 임금 체불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사우디는 미국, 싱가포르, 일본, UAE(아랍에미리트), 영국과 더불어 필리핀 이주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국가들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 기준으로 사우디에 체류중인 필리핀 이주 근로자들은 18만9천여명에 달했다.

필리핀은 전체 인구 1억1천만명 중 10분1 가량이 해외로 나가서 일하고 있다.

이들이 현지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은 모국의 가족에게 송금돼 소비 산업 위주의 필리핀 경제를 뒷받침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무려 310억달러(43조원)가 본국으로 송금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록다운(봉쇄)으로 침체된 경제를 간신히 지탱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외국에서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 등 가혹 행위가 끊이지 않고 특히 폭력에 노출된 가정부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사례도 나와 논란이 계속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