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장하고도 따듯한 소리…클래식 색소폰의 매력 무궁무진하죠"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 '라흐마니노프' 앨범 발매…24일 기념공연
"가요·재즈 장르 악기로 인식 굳어져…클래식 악기로서 색소폰 알리고 싶어"
크고 화려한 금속 몸체에서 귀를 때리는 강렬한 소리가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섬세하고 애절한 울림이 공연장을 채웠다. 색소폰으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G단조는 첼로와 비슷하면서도 관악기만의 울림이 더해진 새로운 작품으로 다가왔다.

국내 대표적인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새 앨범 '라흐마니노프'를 발매하고 오는 24일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기념 공연을 연다.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공연장 포니정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앨범 수록곡 연주를 선보인 브랜든 최는 "색소폰은 금관 악기의 웅장함과 목관 악기의 부드러움, 현악기의 유연함까지 다 가진 악기"라며 "클래식 악기로서 색소폰이 가진 매력은 무궁무진하다"고 소개했다.
라흐마니노프의 곡으로만 이뤄진 이번 앨범은 첼로, 피아노, 성악 등 다양한 악기로 연주되어온 그의 작품을 색소폰의 음색으로 새롭게 재해석해 담았다.

브랜든 최는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니스트로서는 일찍 성공했지만, 작곡가로서는 뒤늦게 인정을 받은 음악가"라며 "여러 고충이 있었음에도 꿋꿋이 작곡가의 길을 걸어온 그의 삶이 클래식 색소폰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전공하고 나아가는 내 인생에도 큰 영감을 준다고 느껴 이번 앨범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브랜든 최는 클래식 색소폰의 불모지로 여겨지는 한국에서 클래식 악기로서 색소폰을 알리기 위해 활발히 활동해 온 연주자다. 1840년대 벨기에의 악기 제작자 아돌프 삭스가 개발한 색소폰은 관악기 중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녔다.

클래식 뿐 아니라 군악대나 재즈, 팝 등 대중 장르에서도 널리 사용됐으며, 국내에서는 미군을 통해 알려져 클래식보다는 재즈나 대중가요에 사용되는 악기라는 인식이 굳어졌다.

미국 신시내티 음대와 프랑스 리옹 국립음악원에서 색소폰을 전공한 브랜든 최는 "한국에 돌아왔을 땐 색소폰이 트로트 등 대중가요에 사용되는 악기라는 인식이 강해 클래식 색소폰을 알리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직접 악보를 들고 지휘자들을 만나며 클래식 작곡가가 쓴 색소폰 작품이 있다고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선보인 클래식 색소폰 연주는 군악대의 행진곡이나 재즈에 사용되는 색소폰과 달리 섬세하고 부드러운 음색으로 첼로부터 오보에,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연상시켰다.

그는 "클래식 색소폰과 대중음악에 사용되는 색소폰은 사용하는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재질부터 주법까지 모두 다르다"며 "대중음악의 색소폰이 다소 거친 소리를 내는 반면, 아랫입술을 말아서 연주하는 클래식 색소폰은 좀 더 풍만하고 따듯한 소리를 낸다"고 설명했다.
브랜든 최는 최근 여러 예술대학에서 클래식 색소폰 전공이 신설되고 주요 오케스트라와의 협연 기회가 생기는 등 국내 인식이 점차 달라지는 걸 느낀다고 했다.

"연주자로서 색소폰이라는 악기를 정말 사랑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더 다양한 매력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갑상샘암(갑상선암) 진단 소식을 알렸던 그는 "현재는 수술을 잘 마치고 상태가 좋아져 아무 문제 없이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작곡가 무소륵스키 걸작 '전람회의 그림'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