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수출금지 명령 떨어져도…엔비디아, 中 수출용 반도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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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고성능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미국 최대 반도체업체 중 하나인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을 위한 저사양 반도체를 따로 개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 정부의 수출 규제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제품이다. 반도체업계 ‘큰손’인 중국 시장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고의적으로 성능 낮춘 반도체 개발
中 시장 놓칠 수 없다는 입장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기존에 중국 기업에 납품하던 그래픽처리장치(GPU)인 A100 모델을 A800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지난 3분기부터 양산해서 중국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800은 기존 A100 반도체에 비해 가동 능력이 30%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엔비디아는 “A800은 미국의 수출 규제 기준을 넘어서지 않는 모델이다”라며 “별도 조작을 통해 성능을 개선할 수 없게 개발됐다”고 강조했다.엔비디아가 저사양 반도체를 개발한 이유는 미국 정부의 대(對)중 수출 규제 때문이다. 미 상무부는 지난 8월 엔비디아와 AMD를 콕 짚어 인공지능(AI)이나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고성능 반도체를 수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엔비디아와 AMD는 GPU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다투는 업체다. 엔비디아는 이 조치에 따라 미 당국의 특별 승인 없이 AI 용 반도체인 A100과 대체품인 H100을 중국에 수출할 수 없게 됐다.
엔비디아의 반도체를 유통하는 중국 업체인 인스퍼에 따르면 A800의 성능은 A100보다 낮은 수준이다. A100은 초당 600기가바이트(GB)를 처리하지만, A800은 초당 400GB에 그쳤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당국은 초당 600GB를 넘지 않는 반도체는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고육책으로 저사양 반도체 개발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업계의 큰손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엔비디아는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로 인해 올해 8~10월 4억달러(약 5500억원)가량 손실을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엔비디아는 오는 1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9월 20일 콘퍼런스에서 “중국은 엔비디아에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는 시장이며 중국 기업에 대체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영국의 시장조사업체인 CCS인사이트의 웨인 람 애널리스트는 “중국 수출용 반도체인 A800은 미 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존 모델인 A100을 재설계해 사양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업체들이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라서 이같은 대책을 내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