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편 가르기 포퓰리즘 정책의 재앙

표 얻으려 원인과 다른 처방
'선동적 세제'는 부작용 낳아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컵을 떨어뜨려 깨뜨렸다고 하자. 옆 사람과 부딪혀 떨어뜨릴 수도(외적 요인), 스스로 실수로 깨뜨릴 수도 있다(내적 요인). 복잡한 사안은 하나의 결과를 보고 원인에 대해 판단하는 게 저마다 다르다. 행동을 관찰하고 인과관계를 따져 대응책을 제시하는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은 정책 실패 방지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 같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네 번째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았다. 이를 두고 지난해 Fed가 인플레이션의 귀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롬 파월 의장이 세게 나간다고 분석하는 이들이 있다. Fed의 빠른 긴축이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 리스크를 높였다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그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경제 데이터에 큰 변화가 없으면 Fed는 긴축 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귀인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내부 요인과 외부 요인을 잘 구분하는 것이다. 포퓰리스트 정치가들은 귀인을 특정 외부 요인으로 돌려 표를 얻고자 한다. 밥상 물가 상승이란 일상의 어려움에 닥친 위기의 주부들 마음을 쉽게 흔들려고 한다. 정치가는 물가 상승 억제와 양극화 완화의 대의로 무리수를 둘 수 있다. 소외된 유권자들은 포퓰리즘 정치가의 선동에 쉽게 빠져든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재벌의 이익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헝가리의 일부 기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큰 이득을 얻었다. 이들 국가는 기름값 폭등을 인플레이션의 귀인으로 보고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에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물렸다. 화석연료로 돈을 버는 것은 탄소중립이란 큰 구도에도 어긋나니 안성맞춤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를 따라 하고자 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최고 고문을 지낸 래리 서머스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의 변은 타당해 보인다. 그동안 석유산업은 불황을 겪었다. 2020년 수십억달러를 잃었고 많은 기업이 파산했다. 코로나 침체 기간에 마이너스 유가를 경험하기도 했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한국은행의 금리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 높은 대출 금리로 부동산과 전셋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귀인이론은 정부와 시장의 역할에 대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 세계적 유동성 팽창이란 환경으로 전 세계의 자산가격이 상승했다. 귀인이 유동성이었는데 집값을 잡겠다고 과도한 세금 규제를 실시하는 게 맞을까? 주택 구매자나 세입자에게 전가될 게 분명한 상황에서 세금으로 불난 집에 부채질할 필요는 없었다. 꾸준한 주택 공급 신호와 서민 주거 안정 정책에 몰두하는 게 정권을 떠나 정부가 할 역할이다.

세금보다 무서운 게 금리였나 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공시가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동성 축소로 환경이 달라졌으니 귀인의 상황에 큰 변화가 생겼다. 한국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문제는 미실현 소득에 대한 세 부담 가중이다. 시장이 과열해 거품을 만들기도 하나 정부의 조급증은 더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또 다른 대책을 계속 만드는 악수와 비효율을 낳는다.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작용이나 일시적 기업 이익을 포퓰리즘에 기대어 바라보면 문제의 해법이 잘못된 것이다. 정치인의 의무는 소외계층을 보듬는 것이지 편을 가르는 게 아니라는 걸 귀인이론이 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