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타다와 '멍 때리는 영상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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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영 C&P 전략팀 선임 기자‘왜 카카오T나 우티가 아니라 타다여야 하는가.’
돌아온 ‘타다’가 풀어야 할 과제다.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회원 170만 명 이상을 모으며 인기를 끈 타다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지난 4월 7~9인승 대형 택시 호출 서비스 ‘타다 넥스트’로 돌아왔다. 그 사이 카카오T와 우티가 시장을 장악했다.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가 재기에 성공해야 하는 타다의 마케팅 전략을 살펴봤다. ‘채널 이노베이터’는 소비자의 니즈를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해 과거의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 서비스에 접근하던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꾼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호텔 예약 서비스, IPTV 모두 전형적인 채널 이노베이터다.
택시 호출 플랫폼 역시 채널 이노베이터다. 이들의 등장으로 길거리에서 무작정 택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은 없어졌다. 택시를 이용하려는 소비자 니즈는 그대로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혁신적으로 바뀐 것이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채널 이노베이터 역시 시장이 성숙해지면 결국 치열한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며 “특별히 택시 호출 서비스의 경우 브랜드 충성도를 유도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택시를 호출할 수 있으면 그만”이라며 “택시 호출이 필요할 때 두 번째로 떠오르는 대안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택시 호출 서비스 경쟁 치열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타다 넥스트의 마케터는 타다만의 차별화된 ‘가치제안’을 반드시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타다는 핵심 차별점인 ‘높은 이동 경험’을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로 ‘무브로그’ 영상 웹페이지를 제작, 자체 채널을 통해 바이럴했다. 무브로그(MOVELOG)는 타다 넥스트에 탑승했을 때 이용자의 시각으로 서울 도심 곳곳의 낮과 밤을 고루 담은 18분 분량의 영상 캠페인이다. 약 10개월간 촬영한 80여 편의 영상으로 구성됐다. 무브로그 웹사이트에서 리드미컬한 음악에 공원 소리, 도시 소음이나 빗소리 같은 엠비언트 사운드를 얹을 수 있어 개개인별 취향에 맞는 힐링 영상을 볼 수 있게 제작했다. 타다가 나오는 장면 없이 순수하게 ‘편안한 이동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무브로그'로 차별화 시도
무브로그를 통해 ‘ASMR’ 콘텐츠를 선보인 것이다. 촉촉하게 내리는 빗소리, 한적한 바닷가 파도소리, 어린 시절 어머니가 귀를 파주던 경험 등을 시청각적으로 재현해 심리적 안정감이나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 ASMR이다. 마케팅에서는 감각을 통해 소비자의 인식, 판단, 행동에 영향을 주는 마케팅의 하나로 ASMR이 활용되고 있다.무브로그는 공개된 지 2개월 만에 66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은 ASMR 콘텐츠에서 소개된 제품이나 서비스보다 빗소리, 파도소리 등 ASMR 촉매에 집중한다”며 “ASMR로 확보한 소비자 관심을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로 연결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