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2군 이름까지 외웠다"…결실 맺은 '용진이형'의 진심 [박종관의 유통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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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단 2년 만에 '통합 우승'한 SSG랜더스
'정용진 매직' 통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초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 야구단을 인수한 뒤 한 말이다. "우승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야구팬들은 많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은 2년 만에 이를 현실로 만들었다. KBO 리그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개막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1위를 유지하는 것) 우승,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 전 구단 홈경기 관중 수 1위 등 2년 만에 KBO 역사를 바꾼 '정용진 매직'은 어떻게 작동했을까.
정 부회장, 2군 육성선수 이름까지 외워
SSG랜더스가 창단 2년 만에 KBO 리그의 역사를 바꾼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정 부회장의 숨은 노력이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SSG랜더스의 홈구장인 랜더스필드를 40번 넘게 찾았다. 홈구장에서 열린 72경기 중 절반 이상을 직관한 셈이다. 주말에 열리는 경기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직접 경기장을 찾아서 봤다.단순히 야구 관람에만 열을 올린 게 아니다. 정 부회장은 1군 선수들은 물론 2군 육성선수들까지 SSG랜더스 소속 선수들의 얼굴과 이름을 모두 외웠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명함과 사원증을 만들어주고, 선수들을 초청해 직접 요리를 만들어 대접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이마트에서도 실무 팀장들까지 얼굴과 이름을 모두 외우고, 궁금한 게 있으면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는 성격"이라며 "이마트에서 하던 '스킨십 경영'을 SSG랜더스에 그대로 적용하자 선수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자연스럽게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무한 믿음'으로 팀워크 끌어올려
정 부회장은 '믿음'으로 선수들의 팀워크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김원형 감독과의 재계약을 확정했다.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 감독 재계약을 발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올해로 2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감독 경질 가능성'이라는 불필요한 잡음이 흘러나오는 걸 막기 위한 정 부회장의 용단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감독은 재계약이 확정된 날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기적의 역전승'을 펼치며 화답했다.
야구단 통해 유통업 영역 확장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를 넘어 KBO 리그에도 큰 동력을 부여했다. 특히 열기가 식어가던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드는 등 야구에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첨가했다.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과거 키움이 넥센일 때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었는데, 나를 무시하며 안 팔았다"며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말해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통 라이벌인 롯데의 야구단 롯데자이언츠를 향해선 "걔네는 울며 겨자 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한다"며 "동빈이형은 원래 야구에 관심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통합 우승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이룬 정 부회장은 이제 야구단을 인수한 진짜 목표로 향하고 있다. 본업인 유통과 야구의 연결이다. 정 부회장은 야구단을 인수한 이유로 '유통업의 확장'을 꼽았다.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SSG닷컴 등의 연결을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겠다는 정 부회장의 목표에 야구단이 마지막 단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