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격에 집 파느니…" 서울 주택 증여 비중 '역대 최고'

1~9월 증여 비중 12.5% 차지
노원구는 4건 중 1건이 증여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1~9월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가운데 증여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은 한국부동산원 주택 거래원인현황을 살펴본 결과, 올해 1~9월 전국 주택 거래량 74만8625건 중 8.8%에 해당하는 6만5793건이 증여 거래였다고 9일 밝혔다. 증여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7775건보다 줄었지만, 증여 거래 비중은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1~9월 기준)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전국에서 주택 증여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시였다. 올해 1~9월 서울 주택 거래량 7만9486건 중 증여 거래 건수는 9901건으로 전체의 12.5%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노원구였다. 올해 1~9월 1999건의 주택 거래 가운데 556건이 증여로, 전체의 27.8%를 차지했다. 4건의 거래 중 1건꼴로 증여 거래였던 셈이다.

사진=경제만랩

이어 종로구 주택 증여 거래 비중이 21.1%로 나타났고 △용산구 19.5% △서대문구 18.4% △중구 16.1% △송파구 15.8% △서초구 14.9% △양천구 14.6% △영등포구 13.6% △강북구 13.6% △도봉구 12.9% △성동구 12.6% △마포구 12.5% △강남구 12.5%로 확인됐다. 증여 비중이 가장 낮은 자치구는 금천구로 6.4%에 그쳤다.

주택 증여 비중이 높아진 이유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며 시장에 내놔도 좋은 값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격을 대폭 낮춰 급매물로 파느니 차라리 낮은 가격을 인정받아 증여하는 편을 택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내년에 증여 취득세가 늘어난다는 점도 반영됐다. 현재 증여로 인한 취득세는 시세의 60~70% 수준인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지만, 내년부터는 시가인정액을 기준으로 산정해 세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전체적으로 거래가 급감하며 절대적인 증여 거래량은 줄었지만, 주택가격 하락으로 증여세 산정 기준가격이 낮아졌고 증여 취득세 기준변경까지 맞물리면서 증여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