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2.8억 고덕 아파트 4.2억에 팔았다"…SH공사의 고백
입력
수정
분양원가 공개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2년 전 가구당 평균 4억2900만원에 분양한 고덕강일지구 8단지 아파트의 원가는 평균 약 2억830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아파트 분양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택시장 정상화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수익률 33%
SH공사는 이같은 내용의 강동구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8·14단지의 분양 원가를 9일 공개했다. 2020년 6월 분양해 최근 준공 정산을 완료한 단지다. SH공사는 8단지 공공분양 물량 526가구를 짓는데 택지비 502억, 건설비 917억원 등 총 1489억원의 원가를 투입했다. 가구당 평균으로는 약 2억8300만원이다. 이를 총 2255억원, 가구당 평균 약 4억2900만원에 분양했다. 3.3㎡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원가 1170만3000원, 분양가 1771만9000원 수준이다. 총 분양수익은 765억7800만원으로 수익률은 3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함께 공개한 14단지의 건설 원가는 3.3㎡당 1244만2000원, 분양가는 1877만3000원이었다. 분양수익 총액은 624억1700만원, 수익률은 33.7%로 집계됐다. SH공사는 택지 조성 원가 10개 항목과 건설 원가 61개 등 71개 항목으로 세분화한 아파트 건설 원가를 공개했다. 각 단지의 설계·도급내역서와 분양수익 사용 내역은 SH공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원가 공개로 공사의 과도한 이익을 취했다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SH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분양아파트의 수익을 재원으로 저소득층 임대아파트 등의 건설비를 충당하기 때문에 이익을 내야한다. 고덕강일지구 8단지 전용면적 59㎡ 분양가는 4억3000만~4억9000만원 가량으로 인접한 민간분양 단지의 당시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낮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인접 단지이나 행정구역상 경기 하남시의 전용 59㎡ 민간분양 아파트의 당시 거래 가격이 6억원 내외였다.
논란을 감수하고 분양수익을 공개한 것은 주택값에 낀 거품을 걷어내 집값 과열을 막겠다는 의도다. SH공사는 지난해 12월 부터 고덕강일지구 4단지의 분양원가를 시작으로 오금지구 1·2단지와 항동지구 2·3단지 등의 분양원가를 순차적으로 공개했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취임 후 1년 간 서울시민의 알 권리 확대와 투명경영 실천을 위해 꾸준히 분양원가를 공개해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정책을 통해 집값 안정과 시민주거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