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의 시대, 문학은 고통받는 존재에 귀기울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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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산문학상
나희덕 시인·한강 소설가·한기욱 평론가
"문학은 ‘다정한 저항’
죽어가는 존재의 곁을 지키며 쓰겠다"
9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진행된 '2022 제30회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간담회'에서는 ‘재난을 마주한 한국 문학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이태원 사고로 인해 한 차례 연기된 간담회는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대산문화재단에서 수여하는 대산문학상은 총 상금이 2억원인 국내 최대 규모 종합문학상이다. 시·소설·평론·희곡·번역 총 5개 부문에 시상하는데, 평론과 희곡은 번갈아가며 격년으로 수상작을 선정한다.
올해 수상작은 시 부문 <가능주의자>(나희덕), 소설 부문 <작별하지 않는다>(한강), 평론 부문 <문학의 열린 길>(한기욱), 번역 부문(불어) (한국화·사미 랑제라에르)다. 심사 대상은 소설·시의 경우 지난해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1년간, 평론은 지난 2년간, 번역은 지난 4년간 단행본으로 출간된 모든 문학작품이다.
나 시인은 “현실의 어두운 전망들 속에서도 희미한 빛을 찾아보고 싶단 바람을 시에 담았다”고 했다. 희망을 찾는 일은 현실을 직시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봤다. “섣부른 희망이나 꿈을 유포하는 게 문학의 역할은 아니죠. 어슐러 르 귄이 ‘빛은 어둠의 왼손’이라고 했듯이, 어둠을 물리치는 외부의 거대한 빛을 기다릴 게 아니라 어둠 자체에서 빛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는 “<작별하지 않는다> 이후 여러 이유로 일년 넘게 글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 상을 주신 것이 ‘이제 그만 쉬고 다시 글을 열심히 써보라’는 말씀 같아 다시 아침마다 책상으로 가는 일상을 회복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한 평론가는 이날 ‘한국 문학의 생명력’을 강조했다. 그는 “독자 수 감소로 ‘한국 문학은 죽었다’는 자조마저 나오지만, 한국 문학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입장을 져버린 적이 없다”며 “서구권에 비해 한국 독자들은 시와 소설을 즐겨 읽고, 특히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독자들이 문학을 여전히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했다.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를 불어로 옮긴 번역가이자 소설가 한국화(35)·사미 랑제라에르(37) 씨는 독일 베를린에 머물고 있어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올해 대산문학상 시상식은 다음달 1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다. 시와 소설 부문 수상작은 내년 번역 지원 공모를 통해 주요 외국어로 번역, 해외에 소개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