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어디 없소"…강북 노른자위 재개발도 유찰

5·6호선 청구역 인접 신당8구역
포스코건설 단독입찰로 무산
울산 최대 재개발 사업도 유찰

건설사들 공사비 증액 부담
수의계약·공공사업만 참여
주택 경기 침체와 건설 자재값 인상 여파로 시공사 선정에 애를 먹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늘고 있다. 울산 최대 재개발 사업인 중구 ‘B04구역’의 연내 시공사 선정이 사실상 불발된 데 이어 서울 강북의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중구 ‘신당 8구역’도 건설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사업 지연 위기에 처했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당 8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난 7일 진행한 시공사 선정 입찰에 포스코건설 한 곳만 응찰해 ‘복수 응찰’ 요건 미충족으로 유찰됐다. 앞서 9월 열린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7개 건설사는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신당 8구역은 서울 지하철 5·6호선 청구역과 붙어 있는 역세권 입지로, 재개발을 통해 지하 4층~지상 최고 28층, 16개 동, 1215가구 규모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 물량이 전체 공급 가구 수의 절반에 달해 사업성도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공사비는 3.3㎡당 650만원이다.애초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의 2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대우건설이 이달 초 시공사로 선정된 용산구 ‘한남 2구역’ 수주전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다 보니 신당 8구역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안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 8구역 조합은 내년 초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참여할 건설사가 추가로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공사비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 조합은 8월 이후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벌였지만, 응찰한 건설사가 없어 유찰됐다. 당초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모두 “지역 시장 상황과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주택 매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미분양 리스크(위험)까지 떠안으면서 출혈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은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두 건설사와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민간 정비사업과 달리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공공 재개발은 건설사들의 참여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지난 8월 동대문구 ‘용두 1-6구역’이 현대엔지니어링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뽑은 데 이어 최근 동작구 ‘흑석 2구역’도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공공 재개발은 향후 공사비 증액 협상도 비교적 용이해 건설사로선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