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란듯…두달새 5개국 정상 만난 시진핑

對中 '고립 전략' 견제

팬데믹 2년간 외교공백 깨고
연말까지 각국과 일정 '빼곡'
獨엔 항공기 140대 구매로 화답

美는 대만·인도와 밀착해 대응
바이든·시진핑, G20 만남 미지수

지난달 집권 3기를 출범시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우방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독일 베트남 탄자니아 파키스탄 등과 잇달아 회담했다. 미국의 견제가 거세지자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해외 국가와의 경제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해 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을 무력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맞서 미국도 대만 인도 등 중국 인근 국가와 외교 관계를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집권 3기 들어 국제무대 보폭 넓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집권 3기 출범을 기반으로 해외 국가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시 주석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부터 올해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까지 거의 2년간 만났던 것보다 더 많은 외국 고위 인사와 대면 회담을 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 9월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10월 말부터는 각국 정상 혹은 정상급 인사와 연이어 회담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중국 방문이 대표적이다. 숄츠 총리는 지난 4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 주석을 만나 경제 협력을 논의했다. 중국의 민항기 구매를 주관하는 중국항공기재그룹(CASC)은 이 기간에 맞춰 유럽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의 여객기 140대를 170억달러(약 24조550억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최대 항공·방산기업인 에어버스는 독일과 프랑스 정부가 지분 11.1%를 나눠 가진 양대 주주다.

청리 브루킹스연구소 차이나센터 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전략이 작동하지 않을 것이란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며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옮기려는 (미국의) 노력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앞서 다른 해외 정상급 지도자와도 회담했다. 지난 1일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공산당 서기장, 2일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3일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다.

美, 대만 활용해 中 견제

미국도 중국 견제에 나섰다. 백악관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통화해 중국 인권 문제와 공정무역 관행을 지키기 위한 공동 약속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8~9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대만과 공식 무역 협상도 진행 중이다. ‘21세기 무역 이니셔티브’로 명명한 이번 협상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만이 끼지 못하자 미국과 대만 양측이 별도로 구성한 협의체다. IPEF는 한국과 일본, 인도,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 13개국이 참여해 지난 5월 출범했다. 대만은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별도 협의체를 구성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과 대만은 이번 협상을 통해 무역, 규제 관행 등과 관련한 합의안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인도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번 주 인도를 방문해 니르말라 시타라만 인도 재무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개발도상국의 자금 조달과 기후변화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