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이트칼라 호시절 끝!

팬데믹때 인력 넘치게 뽑아
경기 침체 우려하는 기업들
몸값 높은 중간관리직 해고
미국 기업의 최근 구조조정 경향에서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 불황’ 조짐이 포착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거 경기 침체 국면에서 기업들은 블루칼라(생산직 근로자)부터 해고했지만, 최근에는 화이트칼라부터 감축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했다.

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 포드, 갭, 질로, 스탠리 블랙&데커 등이 본사 사무직 인력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FT는 “이는 화이트칼라 불황의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9월 미국 일자리 증감 자료를 보면 금융업과 사무직의 고용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법률서비스, 광고업 등에서도 같은 경향이 드러났다. 반대로 기타 서비스업, 건설업 등 블루칼라 직군은 인력 부족에 시달려 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고용시장 전체가 견조한 듯 보이지만 이는 블루칼라에 적용되는 이야기일 뿐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화이트칼라 보수가 블루칼라보다 높기 때문에 경기 침체에 대응하려는 기업에는 ‘1순위’ 해고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밀컨연구소의 윌리엄 리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기업이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대유행)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사무직을 실제 필요보다 많이 채용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최근 화이트칼라 불황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하며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자가 된 마이클 버리가 앞서 내놓은 “화이트칼라의 호시절은 끝났다”는 예견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버리는 올해 6월 “저숙련 블루칼라 직군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화이트칼라 직군은 코로나19 당시 과잉·중복 채용됐다”며 “고임금 화이트칼라 직원은 조만간 기업에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트윗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