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ESG를 대하는 자세

홍종성 한국딜로이트그룹 총괄대표
우리는 최근 딜로이트 영국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로부터 한국 딜로이트 그룹의 ESG실태에 대한 평가 보고를 받았다. 작년 3월 ESG센터를 설립한 이후 관련된 투자와 사업 기회 모색을 위해 매진했던 터라 평가 결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보고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딜로이트 글로벌에는 내부적으로 ESG 활동을 평가하는 기준이 정립돼 있다. 환경 분야는 월드클라이밋(world climate)이라는 기준에 맞춰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고, 사회 분야는 월드클래스(world class)라는 기준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기술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이사회 투명성 강화 등 지배구조에 대한 기준도 포함돼 있다.그런데 우리 그룹은 이 모든 항목에서 평균을 밑돌았다. 부정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수치화된 ESG 데이터를 확인하다 보니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딜로이트의 선도 오피스는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카로 법인 차량을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지속 가능한 출장 정책을 도입해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그룹도 탄소배출권을 구매하며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활동에 동참하고는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이에 ESG의 본질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봤다. ESG는 투자자의 언어이자 자본시장의 언어다. 전통적인 재무 정보로 설명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를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새로운 정보로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ESG다.

기존의 사회적 책임 및 지속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의미있는 몇 가지 활동을 하고 이를 열심히 설명하는 것만으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ESG의 경우 이런 말뿐인 설명은 의미가 없다. 정량적으로 수치화된 핵심 데이터로 회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ESG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기존과 다를 것 없는 방식에 안주하면서 ESG 경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 내 자신이 더욱 부끄러웠다. 우리 그룹의 ESG 현황 개선을 위한 전략을 내부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단기간에 도달하기는 어렵더라도, 선도 오피스의 전략을 따라잡을 수 있는 플랜을 구체화하기로 했다.ESG가 복잡한 주제인 것은 사실이다. 아직까지 재무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량화된 핵심 ESG 데이터가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해소된다면 ESG는 보다 쉬운 주제가 될 수 있다. 전통적 재무 성과와 더불어 기업 가치 증대를 위해 관리해야 할 지표가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회사의 본업과 관련된 핵심적인 정량 성과 몇 가지를 수립하고 집중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나부터 그렇게 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