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예산 폐기" 벼르는 공화당…韓 자동차업계 숨통 트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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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레드웨이브'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도움 없이 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벌써부터 하원에 주어진 입법권과 조사권을 바탕으로 바이든 행정부를 견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공화당, 하원 탈환
민주 핵심 정책 제동 걸리나
경제 심판론 vs 막판 결집
“IRA 요건 완화될 것”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내용이 일부 수정되거나 기준이 완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IRA에 따라 내년부터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만 세제 혜택으로 대당 7500달러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는 내년부터 핵심 광물의 40%를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를 통해 조달해야 한다. 이 비율은 2027년엔 80%로 높아진다. 또 배터리 핵심 부품의 북미산 비중은 내년 50%로 시작해 2029년까지 100%로 올라간다.공화당은 미국 기업들도 IRA의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해 잘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IRA가 처리될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전기차 배터리 요건 문제를 살피는 청문회를 열겠다고도 했다. 북미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소재를 조달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달리 공화당은 현실적으로 중국 등과 협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하위 시행령을 통해 전기차 보조금 요건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시장조사업체 벤츠마크미네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중국은 제련 시장에서 리튬 44%, 코발트 75%, 니켈 69%, 망간 95%를 차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대체가 어렵다. 특히 음극재에 쓰이는 흑연은 중국의 공급 비중이 채굴 시장에서 64%이며 제련 시장에선 천연흑연이 100%, 인조흑연이 69%에 달한다.
IRA가 완화되면 자동차업체들은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큰 틀에선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현지화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배터리 업체 중 IRA 규정을 가장 빨리 대비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도 2027년까지 핵심 광물의 72%, 양극재 63%, 음극재 42%를 현지화하겠다는 목표라 IRA 규정에 미치지 못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IRA 비중에 맞춰서 비싼 돈을 들여 현지화율을 높여놨다가 비율이 완화되면 괜히 손해만 보니 세부 시행령이 나올 때까지 우선 기다려보자는 게 업계 반응”이라고 말했다.다만 IRA가 폐기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해 폐지를 밀어붙이더라도 상원 통과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 강경해지나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재정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정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우려해야 할 대목은 의회 조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공화당은 이미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회사 임원을 맡아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포함해 혼란을 초래한 우크라이나 철군 등에 대한 조사를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다.한반도 정책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원칙적으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북핵 문제에 더 강경한 편이다. 미국 의회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모두 차지한다. 이 때문에 공화당은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하원 외교위원회나 군사위원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수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 자체는 공화당과 크게 차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중국 견제 정책과 ‘바이 아메리칸’ 기조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공화당은 중국 대응과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선 초당적으로 협력해왔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김형규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