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10연패 도전' 현대제철 김은숙 감독 "새로운 별 달고파"

정식 사령탑 부임 첫해 통합우승 정조준
여자축구 '절대강자' 인천 현대제철 정식 사령탑에 오른 첫해, 김은숙(47) 감독의 어깨는 꽤 무겁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막을 내린 현대제철 2022 WK리그 정규 라운드에서 1위(승점 52·16승 4무 1패)를 확정해 정규리그 10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현대제철은 19일, 26일 경주 한국수력원자력과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을 치러 우승하면 WK리그 통합 10연패를 달성한다. 2013년부터 현대제철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외부에선 현대제철을 '당연히 우승하는 팀'으로 바라보지만, 팀을 지휘하는 김 감독의 마음은 그리 편하지는 않다.

김은숙 감독은 9일 인천 서구 현대제철 종합운동장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정규리그 1위를 하는 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타이틀을 지키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도전자의 입장으로 통합 9연패를 이뤘다. 이번에도 새로운 별 하나를 더 달겠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1995년부터 2001년까지 현대제철에서 선수로 뛰었고, 2012년부터 코치를 지내다 지난해 감독 대행을 거쳐 올해 정식 감독을 맡았다.
대행으로도 통합 우승을 지휘해 본 김 감독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며 정식 감독이라는 직함의 무게를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선수들과의 관계도 달라진 듯하다.

"코치일 때나 감독 대행일 때는 내가 다가가도 선수들이 이야기를 계속했는데, 이제 내가 가까이 가면 선수들이 이야기를 멈추더라"라며 웃은 그는 "선수들에게 더 다가가고 싶지만, 아무래도 이전보다 어려워진 것 같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새로운 역할에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김 감독은 부임 후 꾸린 정상남, 이광석 코치 등과 함께 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코치진이 바뀌면서 팀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초반에는 경기 내용 등이 맘에 들지 않을 때가 있었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서 다 좋아졌다.

챔프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아졌고, 정규 라운드 막바지엔 우리가 하려던 축구가 나왔다"며 만족해했다.

현재 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을 준비할 최적의 상황은 아니다.

김혜리, 최유리, 이민아 등 주축 선수 10명이 여자 축구 대표팀에 차출돼 뉴질랜드 원정 평가전을 떠나 14명만이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경주 한수원에선 한 명도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대표팀 소집 훈련에 가면, 혹여라도 몸을 사릴까 봐 다치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절대 떨어지지 말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라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다치지 말고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부탁했다"고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최적의 환경이 아니어도 모든 선수가 제 몫을 해줄 거란 기대는 있다.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응집력, 버티는 힘 등이 '현대제철의 힘'이라고 강조한 그는 "누구 하나 필요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빈자리가 생길 때 다른 선수들이 다 대체해줬기 때문에 그간 연패를 할 수 있었던 거다.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정규리그만 놓고 봤을 때 김은숙 감독은 올해 자신에게 80점을 줬다.

성적을 떠나 모든 선수에게 고루 기회를 주지 못한 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다.

김 감독은 "대행일 때는 오히려 더 도전적으로 선수 기용을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성적을 생각하다 보니 작년과 비교해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정말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그런 의미에서 김 감독은 내년에는 더 활발한 경쟁을 통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최근 한 선수가 '내년에는 어떤 비전으로 팀을 이끄실 거냐'고 묻더라. 당돌한 질문이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며 "올해 10연패를 한 뒤 내년에는 '무한 경쟁'을 통해 팀을 쇄신하고,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힘을 실어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