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김호곤 수원FC 단장 "팬들께 감사…앞으로 이런 일 없어야"

"응원 사주했다는 오해가 가장 섭섭, 축구가 정치 노리개 돼서는 곤란"
"서포터스 등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축구가 정치의 노리개가 된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고요.

"
프로축구 K리그1 수원FC 김호곤(71) 단장이 퇴임을 앞두고 10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팬들에게 인사와 함께 쓴소리를 남겼다.

김호곤 단장은 "먼저 서포터스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함께 운동장에서 이겼을 때 희열, 졌을 때 섭섭한 마음을 함께 느끼면서 4년간 즐거웠다"고 수원FC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현역 시절 국가대표로 활약한 김호곤 단장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 국가대표 코치, 1988년 서울올림픽 대표팀 코치 등을 역임했고 이후 연세대 감독, 2004년 아테네올림픽 대표팀 감독, 프로 부산과 울산 사령탑,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등을 지낸 축구계 '대표 원로' 가운데 한 명이다.

2019년부터 수원FC 단장을 맡았고, 2022시즌을 끝으로 물러나게 되면서 역시 비슷한 시기에 자리에서 내려가는 이영표 강원FC 대표와 함께 '정치 변수'에 희생된 프로축구 시민 구단 인사가 됐다.

도지사 또는 시장이 구단주를 맡는 시민 구단의 특성상 올해 지방자치단체 선거 결과에 따라 구단의 요직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김호곤 단장은 "저도 70이 넘은 나이라 계약이라는 것은 권리를 가진 사람의 자유라는 사실은 잘 안다"면서도 "그래도 가장 섭섭한 것은 서포터스 여러분들의 저에 대한 응원이 제가 사주해서 그랬다는 오해"라고 털어놨다.

수원FC 서포터스 리얼크루는 시즌 중 김호곤 단장과 재계약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경기 중 관중석에 김호곤 단장을 지지하는 걸개그림을 내걸었다.

김호곤 단장 부임 이후 팀이 K리그1에 자리 잡고, 이승우 등 스타 선수들의 영입에도 적극적이었던 점 등으로 인해 김호곤 단장이 재계약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구단 안팎에서 오히려 김 단장을 가리켜 '서포터스에 그런 식으로 사주나 하는 사람'이라고 깎아내리며 재계약을 하지 않는 명분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그 소리가 제일 섭섭했다"고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단장은 그래도 김도균 감독이 올해 8월 2년 계약 연장을 한 것은 다행이라고 반겼다.

그는 "우리가 작년에 너무 잘해서 5위였지, 시민 구단은 2부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며 "올해도 (강등을 피할 수 있는) 9위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고, 사실 내년이 고비인데 내년에도 팬 여러분께서 더 많이 응원해주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친정'을 걱정했다.
역시 '정치 외풍'에 자리에서 물러난 이영표 강원FC 대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김 단장은 "저야 나이도 있고 그렇지만, 이영표 대표는 젊고 강원에서도 너무 잘하지 않았느냐"라고 되물으며 "스폰서 유치도 그렇고, 경기력으로도 최용수 감독과 함께 정말 팀을 잘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영표 대표가 계속하면 더 잘할 것을 (새 도지사 측에서도) 잘 알면서도, 분명히 답이 나와 있는데도, 저러는 것을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시정이나 도정을 할 때 다른 부문도 이렇게 하느냐"고 답답해했다.

김 단장은 "축구가 정치 노리개 비슷하게 된 게 너무 안타깝다"며 "기업 구단은 오너가 자기 돈을 쓰니까 (인사 조처도) 자유라고 할 수 있지만, 시민 구단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구단인데 이렇게 자기들 기분에 따라 하는 것은 앞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영표 같은 인재는 그렇게 만들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선거로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그동안 축구에서 쌓은 실적을 무시하고, 자기들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치와 축구가) 서로 다른 분야인데 서로 존중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단장은 "그래도 조광래(대구FC 대표이사), 이영표 등이 잘해서 (대표나 단장 등의 역할을) 축구인이 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아진 것은 성과"라며 "축구인들도 목소리를 내려면 그에 맞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손흥민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걱정하며 자리를 시작한 김 단장은 "월드컵이 다가오니 걱정도 되지만, 앞으로도 축구 많이 사랑해주시고, 많은 칭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평생 축구인으로 살아온 당부를 남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