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날 붙잡는…라운지의 마법

Cover Story

당신만 초대할게요, 라운지의 세계
공항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간다. 어지간한 허브 공항에도 해마다 수천만 명이 찾는다. 분주하고 복잡하다. 북새통의 공항이지만 시간이 멈춘 듯 느리게 흘러가는 곳이 있다.

바로 라운지다. 혼돈의 인파가 그저 차창 밖 풍경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라운지도 천차만별이다. 보통의 대합실보다 조금 더 쾌적하고 간단한 요기까지 가능한 라운지가 있고, 일반 사람은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비행기값을 지불해야 입장할 수 있는 라운지도 있다.‘퍼스트 클래스 라운지’는 항공사들이 ‘서비스 전쟁의 최종전’이라고 할 만큼 휘황찬란한 혜택을 자랑한다. 비행기에 타기 전 뜨끈한 욕조에 몸을 담그도록 해주고, 비행기가 코앞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산책할 기회도 준다. 고급 와인을 무제한 마실 수 있게 하거나 미쉐린 스타 셰프의 음식도 제공한다. 글로벌 스킨케어 회사의 마사지를 무료로 해주기도 한다. 다른 항공사들로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고급품 중에서도 최고급을 구분할 수 있는 부자들, 고도의 판단력으로 회사의 중대사를 결정해야 하는 임원들, 프라이버시와 트렌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월드 스타 등을 주요 고객으로 하다 보니 어느 것 하나 지나치지 않고 정성을 쏟는다. 아이폰 제작에 참여한 디자이너까지 모셔다 인테리어를 맡기는 항공사도 있다.

비싼 물건을 많이 사주는 단골손님에게 집착하는 것은 항공사뿐만 아니다. 백화점도 호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들도 라운지를 갖고 있다. 한국의 백화점들은 한 해 수천만원 이상 쇼핑하는 사람들에게만 라운지 문을 조용히 열어준다. 한산한 분위기에서 차 한잔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요즘에는 20·30대 부자들만 출입을 허용하는 ‘영 앤드 리치’ 라운지까지 나왔다. 일부 호텔은 저택의 거실 같은 공간에서 현지 특산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해준다.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라운지가 은밀하게 소수의 사람을 초대하고 있다.

송영찬/박종서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