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쓰는 고객도 입장 불가"…현대百 YP 하우스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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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띠릭.’
年 3000만원 넘게 써도
40세 미만만 출입
스마트폰 앱 터치 한 번으로 입장
들어가자마자 화려한 의자·테이블
모든 주문은 대화 아닌 앱으로
라운지에서 공부하는 '라공족'도
유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 제작
피에로 조각상은 '인생샷 명소'로
신제품 발매 전 先구매 가능
스마트폰 앱에서 아이콘 하나를 누르자 라운지로 향하는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가니 차분하고 정적인 인테리어는 찾아볼 수가 없다. 예상 밖이다. 빨강 초록 노랑 등으로 칠해진 형형색색의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곡선으로 파도치듯 꺾인 벽이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앉아있는 이들을 보니 의아하다. 모두가 젊은이들이었기 때문이다.맞다. 여기는 20·30대 VIP만이 입장할 수 있는 현대백화점의 특별한 장소, ‘YP하우스’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과 판교점에 꾸려진 YP하우스는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연간 3000만원 이상을 소비한 VIP 고객을 위해 만들었다. 이곳에는 특별한 제한이 있다. 억만금어치 상품을 구입한 사람이라도 40세 이상이라면 절대 들어올 수 없다.
백화점 2·3층 고급의류 매장 옆에 있으며 라운지 앞에 서면 친절하게 문을 열어주는 리셉션 직원들…. VIP 라운지를 두고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다. 하지만 YP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2층까지 내려가야 한다. 모피, 실크 등 고급 패션이 아니라 청바지와 셔츠가 옷걸이에 걸린 캐주얼복 매장 사이를 지나야 드디어 라운지의 입구가 등장한다.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는 대신, 고객은 자신의 휴대폰 앱을 통해 터치 한 번으로 잠금을 해제한다.마침내 들어선 라운지. 음료와 디저트 주문을 받고, 자리를 안내하는 사람이 없다. 직원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모든 주문은 대화가 아니라 스마트폰 앱으로 한다. 이용자들이 키오스크와 디지털 주문에 익숙하다는 점을 감안한 방식이다. 음료도 직원이 가져다주지 않는다. 앱에서 ‘제조 완료’ 알림이 울리면 주문자가 직접 찾아간다.현대백화점은 ‘영&리치(젊은 부자)’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다는 점을 꿰뚫었다. ‘극진한 VIP 대접’을 원하던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는 생각에 따라 라운지 공간을 구상했다. 대부분의 테이블이 C자 곡선으로 굽은 벽면에 살짝 가려져 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옆 테이블이 보이지 않아 프라이빗한 휴식 시간을 즐길 수 있게끔 디자인했다.
YP하우스를 방문하는 2030 VIP들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현대백화점 관계자가 내놓은 답은 완전히 예상 밖이다. 점심 식후 커피. 금융·증권사가 밀집한 여의도와 정보기술(IT) 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에 있는 백화점 특성상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낮 12시30분부터 오후 1시30분 사이가 가장 붐빈다. 주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VIP가 많기 때문에 카페 대신 백화점 라운지로 식후 커피를 마시러 온다는 것이다.‘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처럼 라운지에서 공부하는 일명 ‘라공족’도 많이 볼 수 있다. 공간이 개별적으로 나뉘어 있기 때문에 VIP들이 퇴근 후에 공부하기 위한 장소로 애용한다. 과거에는 VIP 라운지라고 하면 쇼핑을 마친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과 같은 곳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영&리치들에게 라운지란 사교의 장이 아니라 개인의 필요를 채워주는 장소로 그 의미가 변했다.젊고 특이한 라운지는 영&리치들의 ‘인생샷 명소’다. 라운지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독특한 피에로 조각상 앞에서 찍은 사진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가며 큰 인기를 얻었다. 조각상은 스페인 출신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제작했다. 아욘은 두 곳의 YP하우스 전체를 고안하고 디자인했다. 톡톡 튀는 색감과 직선 대신 곡선을 사용해 정형화되지 않은 느낌을 만든 것도 모두 그의 아이디어다.
특이한 라운지에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다. 구매력이 강해진 2030 소비자를 잡으려는 명품업계와 YP하우스의 존재 이유가 통한다는 점이다. 올해에만 20개가 넘는 브랜드가 YP하우스 공간을 빌려 VIP 신제품 시연 행사를 했다. YP하우스를 이용하는 VIP들은 신제품이 발매되기 전 먼저 살펴보고, 구매도 할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