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해법 못 찾는 공공병원 의료인력난

국립춘천병원 등 의사 부족 심각
처우 개선, 민간 위탁 등 고민해야

이지현 바이오헬스부 기자
“국립춘천병원 인력 공백 사태 해결을 위해 인사혁신처와 의사 급여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 중입니다. 적임자를 찾기 위해 종일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국립춘천병원 사태 해결 방안을 묻자 지난 9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 병원은 지난달부터 입원 환자들을 퇴원시키고 있다. 이달 들어선 외래 진료도 크게 줄였다. 올 8월 전임 원장의 임기가 끝난 뒤 병원을 맡아 운영할 의사를 찾지 못해서다.국립춘천병원은 강원도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이 지역의 하나뿐인 공공정신병원이다. 하지만 이곳에 남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한 명뿐이다. 국내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공공병원들은 인력을 구하는 게 힘들어 명망 있는 원장을 영입한 뒤 그 제자들까지 데리고 가는 사례가 많다”며 “춘천병원은 원장직이 공석이기 때문에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은퇴한 원로 의사 등을 중심으로 원장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인력 공백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다른 공공정신병원들도 국립춘천병원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다.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들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처우가 좋은 대학병원 교수로 남겠다는 의사도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도 문제다. 국공립병원은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민원 해결 창구가 된 지 오래다. 정신병원 업무 특성상 해결하기 힘든 민원을 요구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의사들은 말했다. 외부 간섭에 막혀 진료 자율성은 사라지고, 환자를 돌보는 본업이 점차 부업으로 바뀌면서 보람을 갖고 일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2017년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도 업무 부담을 늘리고 있다. 이 법에 따라 민간 병원에서도 정신질환자를 2주 넘게 강제 입원시키려면 국공립병원 의사의 입원 판정이 필요하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판단력이 흐려져 스스로 입원을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국내 대다수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결정을 국공립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의미다.

복지부가 초점을 맞춘 ‘처우 개선’과 함께 이런 행정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의사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민간 대학병원 등에서 공공병원을 맡아 위탁 운영하는 대안도 나왔다. 이태원 사태로 전 국민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진료 공백을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