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희생자 공개 주장, 애도 가장한 정치적 노림수 아닌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을 공개해야 한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장에 대해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친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해 못 할 행태들에 소신 발언을 굽히지 않은 그지만, 이 대표 주장이 얼마나 어이가 없으면 이렇게까지 반응했을까 싶다.

이 대표는 “진지한 애도가 있어야 한다”며 희생자 신원 공개를 주장했다. 그러나 진정한 애도는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재난 대비 시스템 보완, 여러 방법을 통한 유가족 위로와 보상으로 이뤄지는 게 맞다. 이 대표 주장은 희생자를 볼모 삼아 오래도록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재료로 삼으려는 의도로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대장동, 성남FC 등과 관련된 검찰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조 대표가 “미쳤다”고 한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는 “세월호 때 국정조사를 하고 무슨 위원회를 만든다며 수백억원을 들였지만 국민은 분열됐다”며 “이대로 가면 이태원 참사는 ‘세월호 시즌2’가 된다”고 했다. 희생자 공개는 슬픔을 추스르고 있는 유가족 가슴에 다시 생채기를 낼 위험이 크다. 해난 사고의 특성과 197일에 걸친 시신 수습 때문에 정보 공개가 불가피했던 세월호 참사와 단순 비교할 성격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