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도 '덩치들' 몰려온다…SUV 볼보 EX90·기아 EV9 내년 출시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발표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출시
"亞 중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일 것"

기아, 'EV9' 내년 상반기 출시
현대차 '아이오닉7' 2024년 출시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사진=볼보자동차
세계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볼보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전용 전기 SUV 'EX90'을 최초 공개했다. EX90은 7인승으로 설계된 대형 SUV로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첨단 미래기술 등이 집약된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차 모델이다.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사진=볼보자동차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600km까지 주행하면서 안전 기준을 더욱 향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EX90은 모든 면에서 볼보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

대형 SUV는 덩치가 커진 만큼 주행거리와 주행능력이 최대 관심사다. 전기차는 배터리 용량을 무작정 키운다고 해서 주행거리가 비례해 늘진 않는다. 배터리 용량만큼 차체 무게가 무거워져 전비에 영향을 주는 탓이다. 때문에 설계 과정에서 차에 걸맞은 배터리 용량의 최적 비율을 찾아내야 한다.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사진=볼보자동차
EX90은 111킬로와트시(kWh) 용량의 배터리와 2개의 영구 자석 전기 모터로 구동되는 트윈 모터 4륜구동 버전으로 나올 예정이다. 380킬로와트(kW, 517마력) 최고 출력, 910뉴턴미터(Nm) 토크와 새로운 섀시가 결합해 매끄러우면서 탁월한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는 최대 600km(WLTP 유럽인증 기준)으로 30분 이내에 10%에서 80%까지 충전 가능하다.현대차에서 최근 나온 아이오닉6 일반 모델에는 53kWh, 롱레인지 모델에는 77.4kWh 용량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아이오닉6 롱레인지 모델의 경우 유럽 인증 테스트인 WLTP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614km다.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사진=볼보자동차
EX90은 주행 거리 최적화를 위해 바람에 대한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날렵하면서도 라운딩 처리된 전면은 매끄러운 측면 '플러쉬 글레이징(Flush glazing)' 및 도어 핸들과 결합해 공기가 후면으로 끊김없이 흐르도록 돕는다. 이런 디자인으로 EX90의 공기역학 효율을 나타내는 드래그 계수는 대형 SUV임에도 0.29에 이른다.

EX90에는 아이오닉5와 EV6 등에 탑재된 양방향 충전 기술도 적용됐다. 양방향 충전이란 자동차 배터리를 추가 에너지 공급 장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EX90의 배터리 전력을 다른 전기 장치에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볼보는 향후 운전자가 남은 배터리 전력을 그리드(전력망)에 다시 되팔 수 있게 하는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볼보 대형 전기 SUV 'EX90'. 사진=볼보자동차
'안전'의 볼보답게 안전 기능도 대폭 강화됐다. 차량에는 8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6개 초음파 센서 및 라이다(LiDAR) 등이 탑재돼 실시간 360도로 차를 모니터링해 탑승자를 보호한다. 특히 새로 탑재된 라이더는 낮과 밤 상관없이 고속 주행에서도 전방 250m에 보행자와 반경 120m에 있는 작은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운전자의 시선 집중도를 측정하는 기술도 탑재돼 졸음운전 등 상황에서 단계별로 주의를 주거나 강력한 경고를 하기도 한다.

EX90에는 세계 최초로 '실내 레이더 시스템'이 적용됐다. 이를 위해 볼보는 EX90의 오버헤드 콘솔과 실내 독서등, 트렁크 등에 센서를 장착했다. 해당 기능은 운전자가 차를 잠그려고 할 때마다 작동해 센서가 사람이나 반려동물이 실내에 있는지를 판단한다. 만약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차량은 잠금 해제 상태를 유지하며 콘솔 화면을 통해 운전자에게 점검 알림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볼보가 대형 전기 SUV를 내놓으면서 관련 시장도 한층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우선 볼보 EX90은 내년 미국 찰스턴 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될 예정으로, 아시아 시장 중 처음으로 한국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EV9 콘셉트카. 사진=기아 제공
기아는 대형 전기 SUV EV9을 내년 4월 선보일 예정이다. EV9은 현대차그룹이 처음 내놓는 대형 전기 SUV다. EV9는 대형 전기 SUV의 넓은 실내 공간을 충분히 활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3열은 그대로 둔 채 1열을 180도 돌려 차량 전방으로 최대한 당기고 2열 시트를 접어 탁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다.
현대차 대형 전기 SUV '세븐' 콘셉트카.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도 오는 2024년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7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에 이어 세 번째로 내놓는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다. 현대차가 지난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아이오닉7 콘셉트카는 차체 크기가 휠베이스 3200mm 정도로 현대차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더 뉴 EQS SUV.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수입차 중에선 메르세데스-벤츠가 플래그십 대형 전기 SUV인 '더 뉴 EQS SUV'를 내년 상반기 중 들여올 준비를 하고 있다. 더 뉴 EQS SUV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를 적용한 세 번째 모델이자 첫 번째 럭셔리 SUV 모델이다. 최대 7명이 탑승 가능한 공간과 커넥티비티 등을 기존 모델 대비 강화할 예정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