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우 기자의 키워드 시사경제] 누군가는 덜 받아야 한다면…나? 내 자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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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프랑스인이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현행 62세에서 2031년 65세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의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가능한데, 야당과 노동조합이 반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가 오래 살기 때문에 일도 오래 할 수밖에 없다”며 법안 통과에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3년 전 연금개혁을 추진하다가 전국적 저항을 극복하지 못하고 논의를 중단한 적이 있다.
돈낼 사람 줄고 탈 사람 늘고, 말라가는 연금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가들은 이른바 ‘3층 연금’을 탄탄히 쌓을 것을 강조한다. 1층은 국민연금·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같은 공적연금, 2층은 직장 퇴직금 개념인 퇴직연금, 3층은 개인 희망에 따라 추가로 저축하는 개인연금이다. 세 가지 유형의 연금에 모두 가입해 충분한 금액의 노후소득을 준비해 두면 나이 들어 곤란할 일이 없다는 얘기다.1층을 차지하는 공적연금은 국가가 국민을 강제로 가입시킨 것이다. 미래 어떤 경우에도 지급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소득의 일부를 떼어간다. 이렇게 모은 기금을 국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해 수익을 내서 은퇴자에게 나눠준다. 한국의 대표적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엔 지난 8월 기준 917조원이 쌓였다. 국민연금이 굴리는 돈이 워낙 많다 보니 해외 투자시장에서 ‘큰손’ 대접을 받을 정도다.국민연금은 아직까진 젊은 층이 낸 돈으로 연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재원이 갈수록 빠듯해지는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지면서 국민연금은 2055년께 고갈이 확실시되고 있다. 기금이 바닥을 드러내면 정부 예산으로 메꿔야 한다. 공무원연금은 2002년, 군인연금은 1973년 기금이 고갈돼 이미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연금개혁이란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고 혜택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을 뜻한다. 모든 개혁은 어렵지만 연금개혁은 더더욱 어렵다. 기존 가입자가 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법밖에 없어서다. 물론 기금의 투자 수익률을 어마어마하게 끌어올리면 고갈을 늦출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고 해도, 전 국민이 손해를 감수해야 하니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다.
푸틴·마크롱조차 반대 여론에 쩔쩔
국내에서도 역대 정부마다 연금개혁을 공언했으나 용두사미로 끝나곤 했다. 정책을 밀어붙일 권한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이 ‘표 떨어져나갈 일’에 소극적인 탓이다. 러시아의 ‘절대권력’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조차 2018년 연금 수급 연령을 올리려다 여론 반발을 넘지 못하고 한발 물러서야 했다.국민연금의 노후보장 기능은 이미 많이 약해졌다. 연금 수령액이 은퇴 전 월급의 몇 %인지를 소득대체율이라고 한다.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가입한 사람은 소득대체율이 70%였지만 2028년 이후 가입하면 40%로 낮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