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길에서 차 위로 쇠기둥이 '쿵'…"폐차밖에 답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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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지나는 차 위로 쇠기둥 떨어져골목을 지나가던 중 차 위로 쇠기둥이 떨어져 폐차 위기에 놓였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제보자 "조수석 안쪽까지 유리 파편 튀어"
"건물주는 사과도 연락도 없어" 주장
11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가로수길에서 쇠기둥이 떨어졌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글쓴이 A 씨는 "억울함을 넘어 사회에 대해 씁쓸함이 생긴다"며 한 달여 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가로수길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10월 4일 오후 1시쯤 가로수길 골목을 차로 천천히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골목의 한 건물 광고판을 받치고 있던 쇠기둥이 떨어져 차를 덮쳤다"며 "폭탄이 터졌다고 느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A 씨가 공개한 사진에는 앞 유리가 산산조각 나고 보닛 등이 긁힌 차의 모습이 담겼다.A 씨는 "루프 부분이 천이였기에 완충 역할을 해서 저 정도다. 조수석 안쪽까지 유리 파편이 다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보험회사 측은 건물 측 과실 100%라며 병원 진료 및 차 수리를 권했고, 사고 이틀 뒤 A 씨는 강남경찰서에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A 씨는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로 정신과 진료 및 목과 허리 등을 치료받고 있다.
A 씨는 "애지중지 아껴서 10년 동안 3만㎞밖에 타지 않은 차는 쉽게 고칠 줄 알았는데,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부품이 없어 폐차밖에 답이 없다더라"라며 "루프를 고정한 쇠들이 꺾여서 망가졌는데 이걸 수리할 수도 없고 이 부분만 견적이 1400만원 나왔다. 그러나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이어 "형사는 아직 수사 중이라고 하고, 건물 관리인은 본인에게 책임이 지어질까 봐 건물주에게도 전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라며 "건물주는 광고판이 세워진 걸 몰랐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 "처음에는 제가 크게 안 다친 걸 감사하며 넘겼으나, 가장 많이 화가 나는 건 이 사건을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넘기는 태도들"이라고 토로했다.
또 A 씨는 "진짜 사람이 죽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냐. 만약 제가 걸어갔으면 어떤 일이 생겼겠냐"라며 "피해자는 있는데 건물주는 사과도, 연락도 없다. 본인들끼리 책임을 회피한다"고 하소연했다.그러면서 "처음에는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이렇게 복잡해질 줄 몰랐고, 변호사를 쓸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형사가 책임자를 밝혀주면 그때 변호사를 쓰려고 했다. 보험사도 제 과실이 아닌데 책임자가 밝혀지지 않아서 아직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다더라. 금방 해결될 일이라고 생각한 게 잘못인 것 같다"고 했다.
끝으로 A 씨는 "단지 지나간 것뿐인데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냐. 일도 못 하고 혼자 속상한데 답이 안 보인다"며 조언을 구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건물주 1차 책임이 당연하다", "그냥 지나가기만 했는데 이런 사고가 나다니", "사람이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