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로 암호화폐 시총 절반 증발할 가능성"

미국 증시가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서프라이즈에 힘입어 폭등하며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 심리도 되살아난 가운데 글로벌 IB(투자은행) JP모간이 비트코인 추가 하락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JP모간은 "미국의 10월 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전체적인 투자 심리가 개선됐지만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FTX 사태가 해결되지 못할 경우 암호화페 시장의 시가총액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이날 니콜라스 파니기르조글루(Nikolaos Panigirtzoglou) JP모간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FTX의 유동성 위기가 암호화폐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거래소 간의 상호관계를 고려했을 때 연쇄적인 마진콜이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새로운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사이클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몇 주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디레버리징은 반대매매 또는 청산거래를 통한 부채 축소를 의미한다.

이어 "FTX의 파산 위기가 암호화폐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1만 3,000달러까지 급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약 1조 달러에 달하는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5천억 달러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6만 9천 달러에 근접한 비트코인은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여파로 2만 달러까지 급락한 바 있다. 이후 2만 달러 선에서 지지선을 구축하며 가격을 유지하는 듯 했으나 지난 10일(현지시간) FTX의 유동성 위기 소식이 전해진 이후 1만 6천 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재차 경신했다.

이를 두고 JP모간은 "FTX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낮은 자본과 높은 레버리지를 가진 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강력한 기업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소가 파산한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전했다. 앞서 FTX는 지난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거래소, 헤지펀드, 대출업체 등이 줄 파산 위기를 맞자 '백기사' 역할을 하며 적극적인 구제 금융에 나선 바 있다.

다만 이번 FTX 사태가 지난 5월 발생한 루나·테라 폭락 사태보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분석하며 "FTX 사태가 알려지기 전부터 시장 참여자들이 이미 레버리지를 줄였기 때문에 루나·테라 폭락 사태보다는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앞서 월가에서 '채권 거물'로 알려진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 역시 FTX의 유동성 위기가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진단한 바 있다. 그는 "암호화페 거래소는 은행과 다르고, 지불과 결제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FTX의 유동성 위기가 전체 시스템 붕괴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특정 거래소가 무책임한 차입과 암호화폐를 직접 발행하고 소유하는 부분에는 문제가 있다”며 “이번 유동성 위기 사태는 금융당국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은 오전 10시 45분(한국시간) 코인데스크 기준 전일 대비 7% 상승한 17,346.5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사진=CNBC)


홍성진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