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직원들, 우리사주 2.7억 '잭팟'…회사 그만둘까?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서울 여의도 파크원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 직원이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스1
우리사주에 청약했던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인당 평균 2억7000만원의 수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다른 신규 상장 업체 직원들이 빚더미에 앉은 것과 대비됩니다.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들이 급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3.14% 오른 62만4000원에 마감했습니다. 지난 1월 공모가(30만원) 대비 두 배 넘게 올랐습니다.

상장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9564명(작년말 기준)은 1인당 평균 2억5578만원을 청약했습니다. 주가가 두 배 오르면서 투자금은 5억3200만원으로 불어났습니다. 10개월 만에 2억7000만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입니다.
하지만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학습효과’ 때문입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크래프톤 등 앞서 상장한 업체들은 주가가 ‘반짝’ 오른 후 급락했습니다. 우리사주에 영끌한 직원들은 수억원대 빚을 졌습니다. 직원들은 “아직 내 돈 같지 않고 불안하다. 당장 내일부터 떨어질 수 있는 게 주식판 아니겠냐”고 했습니다.

우리사주는 상장 후 1년 동안 주식을 처분할 수 없습니다. 주식을 팔려면 퇴사해야 합니다. 2020년 1인당 20억원의 평가 차익을 낸 SK바이오팜 직원들이 줄줄이 사표를 냈던 이유입니다.

퇴사하지 않고 주식을 팔려면 내년 1월 27일까지 버텨야 합니다. 지난 2분기 말 기준 우리사주 보유 주식수는 800만2927주입니다. 청약 당시 물량(815만4518주)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직원 대부분이 주식을 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주식소유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우리사주의 보유 지분은 3.42%에 달합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면 핵폭탄급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대주주인 LG화학의 지분이 81.84%입니다. 유통 가능 물량이 상장 주식의 10%도 안 됩니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도 157배로 절대적 고평가 상태입니다. 배터리 산업의 성장성이 밝지만, 주가를 끌어내리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보호 예수 해제를 앞두고 눈치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연봉은 9000만원입니다. 직원들은 3년 치 연봉을 수익으로 내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당장 수익을 움켜쥘까요, 회사에 의리를 지킬까요. 주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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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