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감수했지만 아직도…" 김근식 올 뻔한 의정부 근황 [이슈+]

김근식, 16년 전 혐의로 출소 하루 전 재구속
의정부 환호…"우리가 해낸 것" 자찬은 '빈축'
여전히 불안한 부모들 "또 일어날 수 있는 일"
국회, 학교 등 근처 갱생시설 금지 법안 발의
미성년자 연쇄 성폭행범 김근식(54). / 사진=인천경찰청
연쇄 미성년자 성폭행범 김근식(54)이 16년 전 범죄 혐의로 출소 하루 전 재구속되면서 그의 거주지로 정해졌던 경기도 의정부시 시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간 시민들은 김근식이 머물게 될 갱생시설 반경 2㎞ 이내에 7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다며 김근식의 입소를 강력하게 반대해왔다.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을 피해자가 용기를 내준 덕에 시민들은 안심하게 됐다. 동시에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김근식의 의정부 입소는 예정대로 이뤄졌을 수도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향후 성범죄자가 지역사회 내 갱생시설에 입소하는 경우 아동·청소년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보다 확실하고 원칙적인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법조계에 따르면 김근식은 2006년 5~9월 수도권에서 미성년자 11명을 연쇄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지난 10월 17일 출소를 하루 앞두고 16년 전인 2006년 13세 미만인 아동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구속됐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등)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근식의 첫 공판 기일은 오는 12월 2일 열린다. 현재 안양 교도소에 수감 중인 김근식은 구속 상태로 재판받게 된다.
사진=한경DB
재구속이 알려지자 의정부시는 열렬히 환호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당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모두가 해냈다"며 "김근식의 출소가 막혔다는 것, 이것은 시민의 힘과 결기로 이룬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우리 마지막까지 힘내요", "갱생시설도 없애야 합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단, 김근식의 재구속은 피해자의 용기가 만들어낸 일인 만큼, 의정부시의 자화자찬은 네티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래도 다행"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불안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언제 또 비슷한 범죄자가 지역사회로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다. 18살 딸을 둔 박 모(43/의정부) 씨는 기자와 만나 "김근식이 다시 들어가게 된 건 정말 우연이고 십년감수한 느낌"이라면서도 "갱생시설에 또 그런 범죄자가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고 했다. 6살 딸을 둔 유 모(39/의정부) 씨도 "(갱생시설) 주변에 학교나 어린이집이 얼마나 많은데, 아동성범죄자가 여기에 머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끔찍하다"고 했다.이에 국회에서는 아동성범죄자가 출소 후 갱생시설 거주를 희망할 경우 주변에 학교 등 어린이 보호시설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거주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의정부시을이 지역구인 김민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사진=뉴스1
출소한 갱생보호 대상자가 아동성범죄자인 경우 갱생시설이 원칙적으로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거리 이내에 위치하지 않도록 해 다른 시설에 거주토록 하는 등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재범을 방지하고 지역주민과 아동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사례를 보면 미국에서도 일명 '제시카법(Jessica Lunsford Act)'을 통해 출소한 아동성범죄자에게 평생 전자장치 부착하고 학교 등 시설로부터 1000피트(약 305m) 이내 거주제한을 적용하는 등 재범 방지와 지역사회 안전을 동시에 보장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그간 현행법에서 미비했던 갱생보호시설 입소 과정에 주변 지역사회 안전을 고려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며 "원칙적으로 아동성범죄자가 아동보호시설 근처 갱생보호시설에 거주를 못 하도록 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통해 아동성범죄자의 재범 방지는 물론 지역사회 시민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