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폭탑방 아세요? 옆집 할머니가 알려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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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신춘문예 출신 김의경 소설가가난한 청춘에게 겨울은 가혹하다. 소설가 김의경(44·사진)은 20대 때 부모의 사업 실패로 고시원을 전전했다. 외풍이 심한 낡은 건물이었다. 복도는 음침했다. 어느 날, 혼자 사는 옆방 여자가 문을 두드렸다. 말 한마디 나눈 적 없던 그녀가 은박지에 싼 시루떡을 내밀었다. “어렸을 때 입동이 오면 엄마가 시루떡을 만들어줬거든요. 혼자 먹기엔 많아요.” ‘시루떡 언니’와의 짧은 대화 이후 어두컴컴한 복도가 더 이상 무섭지 않았다.
에세이 출간
김 작가가 최근 출간한 <생활이라는 계절>에는 이처럼 가난과 생활, 그리고 이웃의 온기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난 10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요즘 아파트에 살면 이웃 얼굴조차 모른다는데,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면 이웃 목소리를 듣기 싫어도 안 들을 수가 없다”며 웃었다.사계절을 함께하는 이웃과의 대화는 생생한 글감이 됐다. 김 작가는 “‘폭탑방(폭염 속 옥탑방)’이라는 단어를 이웃으로부터 얻었다”고 했다. 어느 여름밤, 김 작가는 잠을 설쳤다. 근처 옥탑방에 사는 할머니가 김 작가의 반지하 집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옥수수를 뜯던 할머니는 ‘왜 혼자 나와 계시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폭탑방에 있으면 내가 찜통 속 옥수수가 된 기분이야!” 그는 막판까지 이번 에세이집 제목을 ‘뜻밖에 만난 사람들’로 할지 고민했었다.
그의 글쓰기 동력은 다양한 밥벌이 경험과 사람들을 향한 애정이다. 열일곱 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온 김 작가는 자전적 소설 <청춘파산>으로 2014년 한경 신춘문예 장편소설 부문에 당선됐다. 에세이집에는 콜센터 상담사로 일하다 신춘문예 당선 전화를 받는 이야기도 실렸다. 이런 문장에는 밑줄을 치게 된다. “나는 시간당 십수 통의 피자 주문 전화를 받으면서 단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 작가는 “소설가로 등단한 지 10년이 다 돼가는데 아직도 겨울은 신춘문예의 계절”이라고 했다. 2023 한경 신춘문예는 이달 30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김 작가는 내년 1월께 새 장편소설을 출간할 예정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