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날 뿌연 전자담배 쥴, 30% 감원

직원 내보내 비용절감 나서
소송 산더미…자금조달 시급
미국 전자담배 업체 쥴랩스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 해고에 나섰다. 초기 투자자에겐 추가 자금 조달을 요청하는 등 파산보호신청을 막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쥴은 전 세계 직원의 30%가량을 해고할 방침이다. 약 400명이 정리해고 대상이다. 인력 감축을 통해 운영 예산의 30~40%를 절감하는 게 목표다.파산보호신청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쥴이 정리해고에 나선 건 주요주주인 닉 프리츠커, 리아즈 발라니 등이 제안한 것이다. 프리츠커는 하얏트호텔을 지은 가문의 상속자다. 발라니는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 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둘 다 2015년 쥴이 설립될 때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다. 두 주주는 회사 운영비와 소송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추가 자본 조달에도 나설 방침이다. 올 9월 말 3억~5억달러 규모의 대출금을 재융자(리파이낸싱)받았다.

쥴은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금지 명령을 받아 존폐 위기에 처했다. 당시 FDA는 “쥴의 액상형 카트리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쥴은 가처분 신청을 해 행정명령을 중단시켰다. 하지만 상품이 유해하지 않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과제는 여전하다.

치러야 할 소송도 산더미다. FDA 명령 이전부터 쥴랩스는 미성년자에게 전자담배 소비를 촉진한 혐의를 받아왔다. 지난해부터 미국 33개 주 정부는 쥴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쥴은 지난 9월 각 주 정부에 보상금 4억3850만달러(약 6050억원)를 납부하며 합의했다. 하지만 개인, 교육청 등이 제기한 3600여 건의 소송도 남아 있다.지금 닥친 위기를 넘겨도 이전처럼 경쟁사를 앞지르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쥴이 FDA에 발목이 잡히는 동안 담배 제조업체가 앞다퉈 전자담배 시장에 진출해서다. 대표적으로 말보로 제조업체인 알트리아그룹이 재팬타바코와 지난달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신형 전자담배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