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하고 원통하다" 이태원 참사 故 이지한 모친이 적은 편지

드라마 '꼭두의 계절' 출연 확정
24세 나이로 저문 꽃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故) 배우 이지한 모친이 심경을 편지로 적어 공개했다.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아들을 향한 애통함을 담은 글이 많은 이의 가슴을 사무치게 하고 있다.

이지한의 모친은 11일 고인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편지로 모친은 "지한아 엄마야, 혹시 지한이가 이 글을 어디에선가 읽을 수 있을지도 몰라서 이렇게 편지를 남겨"라고 글을 시작한 모친은 "다시는 이런 일이 그 어떤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구나"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고인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모친은 "지한아, 넌 태어날 때부터 코가 오뚝하고 잘 생겼더라"라며 "뱃속에서도 순해서 얘가 잘 있나 만져보기까지 했다"라고 애절한 마음을 나타냈다.

이어 "널 키울 때는 하도 순하고 착해서 이런 애는 20명도 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라며 "이번 '꼭두의 계절' 촬영을 앞두고는 너무 많은 고생과 노력을 했지, 운동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고, 식단 조절하느라 '엄마 이거 더 먹어도 될까?'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 항상 마음이 아팠어"고 했다.고인의 모친은 최근 드라마 출연한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드디어 너의 노력이 결실을 볼 때가 되어 방영을 앞두고 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지금도 믿을 수가 없구나"라며 "네 사진을 머리맡에 두고 네 핸드폰을 껴안고 잠이 들 때 엄마는 뜨는 해가 무서워 심장이 벌렁벌렁한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또 "'내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며 네 침대방에 들어가면 내 손을 꼭 한 번씩 잡던 내 보물1호, 너를 내가 어떻게 나보다 먼저 보낼 수가 있을까"라고 말했다.

모친은 "발인 때 너를 사랑하는 수백명의 지인들과 친구들과 형들을 보니 우리 지한이가 이렇게 잘 살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에 더 억장이 무너지고 삶의 의미를 더 이상 찾기가 싫어지더라"라며 "아침에 해가 뜨는 게 무섭고, 배가 너무 고파 내 입으로 혹시 밥이라도 들어가면 어찌한다는 생각에 내 입을 꿰매 버리고 싶은 심정"이라는 모친은 "너를 떠나보내고 어찌 내가 살까 지한아"라며 고인을 애타게 불렀다.또 "사고 싶은 게 있어도 엄마 부담될까 봐 내가 돈 벌어서 사면 된다고 말하던 지한이, 지한이가 봉사활동도 다녔다는 걸 몰랐어. 항상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더니 그렇게 착한 일도 했었구나"라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국화꽃과 추모 메시지가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사랑한다. 아들아, 존경한다. 아들아, 보고 싶다 아들아, 고생했다 아들아, 다시 볼 수는 없겠니"라며 "하느님 저를 대신 데려가고 우리 지한이를 돌려달라, 제발 부탁이다"라고 글을 마쳤다.

1998년생인 이지한은 2017년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2에 참가해 얼굴을 알렸다. 프로그램 당시 그룹 배틀에서 인피니트 '내꺼하자' 1조 센터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후 배우로 전향, 2019년 웹드라마 '오늘도 남현한 하루'에서 주인공 신남현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최근 MBC 새 드라마 '꼭두의 계절' 출연도 확정해 첫 지상파 연기 데뷔를 마친 상태였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