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잘못된 '보훈 가점'으로 합격자 바꾼 민주화운동사업회

'가점합격자 30% 초과 금지' 조항 어겨
정부 "탈락자 구제해야"
사진=연합뉴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보훈 가점을 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평가 점수에 합산했다는 행정안전부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서류전형에서 합격자가 뒤바뀌고 혜택을 받은 A씨는 최종 합격한 점도 확인됐다. 행안부는 "탈락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지만 사업회는 '동일직렬 채용 계획이 없다'며 당분간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공공기관경영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행안부는 이달 초 민주화운동사업회에 이같은 감사 결과를 통보했다. 민주화운동사업회는 지난 2001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에 따라 설립된 행안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이다.

보훈 가점으로 합격자 바뀌어

이같은 지적을 받은 것은 사업회가 지난해 말 1명을 채용하면서 보훈 가점을 적용해 합격자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등에 대한 보훈가점은 서류·필기시험, 면접시험 등 각 시험마다 전형별 만점의 5% 또는 10%를 부여할 수 있게 돼있다.

하지만 가점을 받아 채용시험에 합격하는 사람은 채용시험 최종 선발예정인원의 3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최종선발예정 인원이 3명 이하인 채용시험의 경우에는 서류·필기·면접전형 등 모든 단계에서 각 단계별 합격자 수와 관계없이 보훈가점을 부여해서는 안된다.

하지만 민주화운동사업회는 5배수를 뽑는 서류전형에서 71.5점을 받아 6등으로 탈락 예정인 A씨에게 보훈 가점 5점을 부여해 76.5점으로 점수를 올렸다. A씨는 5등으로 서류전형을 통과한 후 면접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최종 합격했다. 면접 때는 보훈가점을 받지 않아도 1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전형에서 72.5점을 받은 B씨는 당초 5등이었지만 A씨가 보훈 가점을 받아 등수가 올라가면서 탈락했다. 보훈 가점을 적용하지 않았다면 B씨에게도 최종 합격의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행안부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향후 취업 지원대상자에게 보훈가점을 부여할 때 관련 규정을 준수하라"고 주의 처분했다. 또 서류전형 단계에서 면접전형 심사 기회를 제약받은 피해자에 대해 관련 규정에 따른 구제조치를 이행하라고 시정요구했다.

사업회는 지난 10일 직원채용관리지침을 개정했으며, 향후 가점 부여 규정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제조치는 "동일 직렬 채용 계획이 없어 이행 완료에 시일이 걸린다"고 답했다.

"공정채용 진행해야" 드러난 민낯

민주화운동사업회 외에도 각종 공공기관이 채용과 관련된 지적을 받았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진행한 채용분야 특정감사에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동일한 외부 면접위원을 3차례 연속 위촉한 점을 지적받았다. 특정 인물이 채용에 연속적으로 관여해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토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직원 제한경쟁채용을 진행하면서 주무부처와 협의가 없었던 점이 지적됐다. 자의적 채용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규직 11회 비정규직 8회 등 19회의 채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사위원회 회의록에 위원들의 발언 요지를 기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명한 채용을 위해 시정하라는 게 국무조정실의 요구다.한국국토정보공사는 채용관련 내부규정을 정비하도록 권고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