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키운 해밀톤호텔 어떤 곳…1500억대 '이태원 땅부자'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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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증축 논란 해밀톤호텔해밀톤호텔이 이태원에 들어선 1973년. 이 호텔 주변을 찾는 내국인은 극히 드물었다. 주한미군과 외국인만 출입할 수 있는 유흥업소·성매매업소가 호텔 주변에 즐비한 영향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 유학생을 중심으로 젊은 층이 몰렸고 해밀톤호텔도 용산 일대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랜드마크에서 논란 대상으로
수익 노렸나...현금만 127억
이태원 보유 부동산 공시가 1499억
최근 이 호텔은 불법 증축으로 이태원 참사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익을 확충하려는 목적으로 불법 증축물을 철거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적잖다. 해밀톤호텔은 부동산 가치만 1500억원에 육박하고 보유현금이 127억원을 웃돈다.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밀톤호텔 운영회사인 해밀톤관광의 지난해 말 보유한 이태원 토지의 공시지가는 1499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밀톤호텔 일대의 5558.46㎡ 면적의 부지를 보유 중이다. 해밀톤호텔은 이 부지를 86억원에 취득했다. 공시지가가 취득가의 17배에 달했다. 호텔은 부동산 장부가치를 158억원으로 회계처리를 했다.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은 127억원에 달했다.
이태원 일대의 1500억원대 부동산을 확보한 해밀톤호텔은 고 이철수 회장이 지난 1973년에 완공했다. 자금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우여곡절 끝에 호텔을 열었다. 완공 초기에는 주로 일본인 관광객이 찾았다 이후 음식점 등을 입점하면서 숙박객 국적이 다양해졌다.
2015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 시점 직후에 호텔 본관 서측에 분홍색 철제 임시 벽이 설치됐다는 관측이 많다. 호텔 본관 서측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곳으로, 이 철제 임시 벽이 골목길을 더 좁게 만들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밀톤호텔은 본관 북측에 있는 주점은 테라스(17.4㎡)도 무단 증축해 써왔다. 해밀톤호텔은 불법 구조물을 철거하라는 용산구청의 통보에도 2014년 이후 5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만 납부하며 철거를 미뤘다.이처럼 불법 증축을 이어간 것은 결국 매출 증대와 관련됐다. 코로나19로 훼손된 실적을 보강하려는 목적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은 2010~2019년까지 매년 2억~3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면서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2억원과 2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년째 적자가 났지만 해밀톤호텔(해밀톤관광)의 재무구조는 탄탄한 축에 속했다.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만 20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9.8%에 불과했다.
이태원 부지를 활용하면 적잖은 수익·유동성 창출도 가능하다. 자산을 재평가하면 단순 계산으로 1341억원의 평가차익을 올릴 수 있다. 호텔은 1990년 1월 이후 자산재평가를 하지 않고 있다. 해밀톤호텔은 고 이철수 회장의 장남인 이상용 회장 등 그의 일가족이 지분 86.2%를 보유 중이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지난 9일 해밀톤호텔과 대표이사 주거지 등 3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