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제복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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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미국 여행 시 공항에서 입국장으로 들어오는 해외 파견 미군들을 향해 국민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박수갈채를 보내는 장면을 보면서 조국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뭉클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얼마나 국가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충성심과 솔선수범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영화 <위 워 솔저(We were soldiers), 2002>는 극한 전장에서 부대원을 이끌던 제복을 입은 주인공의 솔선수범 리더십은 뜨거운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핼러윈 참사를 통해 제복을 입은 사람들 중 일부는 숭고한 역할과 종말을 고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워진다.<영화 줄거리 요약>
1965년 11월, 미국은 베트남과의 전면전을 개시하기에 앞서 베트남의 험난한 밀림 지형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공수부대를 파견하여 헬기 공습 시험 전투를 펼친다. 이 시험 전투의 책임자에 한국전 참전 경험이 있고 하버드 석사 출신의 전략가 할 무어(멜 깁슨 분) 중령을 파견한다. 그러나 무어 중령은 임무 수행지인 아이드랑 계곡이 10년 전 프랑스 군인들이 몰살당한 일명 죽음의 협곡이라 불리는 작전이 힘든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드디어 아내에게 유언장을 남기고 경험이 적은 부하들과 함께 죽음의 시간이 기다리는 베트남으로 떠나게 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무어 중령은 1977년 중장으로 퇴역하였다]<관전 포인트>
A. 무어 중령의 투입 상황은?
제7기갑부대 1대대장을 맡은 무어 중령은 395명의 전투 경험이 전무한 어린 부하들을 이끌고 아이드랑 계곡의 X-RAY 지역에 헬기 고공 침투를 시작한다. 그러나 선발대가 모두 희생당한 뒤에야 이 지역을 점령한 월맹군은 모두 정예요원으로 아군보다 5배나 막강한 4천 명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직 헬기를 통해서만 외부와 접촉이 가능한 험준한 협곡 속에서 부대원들은 하나씩 목숨을 잃어가고,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깊은 밤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곳에서 무어 중령은 특단의 작전을 준비하게 된다.
B. 브로큰 애로우 위기는?
전투 3일째 막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월맹군이 공포에 빠진 미군들을 포위해 들어가자 본부에서는 작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무어 중령에게 본부로 귀환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부하들을 사지에 남겨두고 전장을 등질 수 없었던 무어 중령은 최후의 수단으로 브로큰 애로우(아군이 전멸 직전으로 본부에 무차별 폭격을 가하라는 지령)를 외친다. 곧바로 공군의 어마어마한 지상 폭격이 감행되고, 월맹군의 추격로는 봉쇄됐지만 무어 중령의 소대도 무차별 폭격의 화염에 희생된다. 무어 중령은 적군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 틈을 타서 고립된 1소대 구출을 명령하지만 이미 40명이 전사하고 2명이 실종된 전멸 상황에 절규하게 된다.
C. 무어 중령의 목숨을 건 마지막 전략은?
대부분의 병력을 잃은 무어 중령은 본부로부터 부대 모두 귀환 후 재공격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자신들이 후퇴하는 틈을 타서 적장이 부대를 전멸시킬 작전을 펼칠 것을 간파하고 그들이 방심하는 틈을 타서 선제 급습을 하게 된다. 전 대원들이 총에 칼을 착검하고 각개전투로 돌격하자 급습을 준비 중이던 적군은 크게 당황하고 전열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마침 아군의 헬기까지 공중지원을 돕자 적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결국 기지를 버리고 후퇴하게 된다. 무어 중령은 모든 부대원들 중 가장 마지막으로 전장을 떠나면서 그가 부대원들에게 한 약속을 지키게 된다. 길고 길었던 3일 간의 격전은 미군의 상처뿐인 승리로 막을 내리게 된다.
D. 승리 후 기자들의 인터뷰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
무어 중령은 들이닥친 기자들이 "죽은 부하들을 어떻게 생각해요? 유가족들에겐 알렸습니까?"라고 질문을 해대자 눈물을 글썽이며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한편 같이 전장에서 생사고락을 같이한 종군기자 갤러웨이에게는 "난 결코 나를 용서 못 할 거요, 내 부하들은 다 목숨을 던졌지만 나는 살아 있잖소"라며 "기사는 반드시 써야 하네, 우리가 어떻게 싸웠는지, 또 내 병사들이 어떻게 죽었는지!"라며 좌절하는 기자에게 사실을 보도할 용기를 준다.
E. 무어 중령이 보여준 감동적 리더십 형태는?
@전쟁에 나가기 전 다짐: "우리가 전투에 투입되면 내가 맨 먼저 적진을 밟을 거고 맨 마지막에 적진에서 나올 거며 단 한 명도 내 뒤에 남겨두지 않겠다. 우린 살아서든 죽어서든 다 같이 고국에 간다"라며 부대원들에게 용기와 신뢰를 심어준다.
@전투 중 본부에서 불러 상황 보고를 명령하자: "전투 중이라 돌아갈 수가 없고 부하들을 놔두고 더 못 간다"라고 단호히 거절한다.
@적에게 포위되어 밤새 전투에 지친 부하들에게: 일일이 참호를 찾아다니며 낮에 한 전투를 격려하고 반드시 승리하여 돌아갈 수 있다고 용기를 주면서 사기를 올리게 된다.
@자신과 같은 관사에 살던 초급장교의 죽음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무어 중령의 부인: 무어 중령의 부인은 전사자 전보를 전달하는 택시운전사에게 자신이 직접 전사자 유족에게 애통한 소식을 직접 전해주겠다고 하고 본인도 힘든 상황에서 관사에 사는 장교 부인들에게 직접 사망 소식을 전하고 진심으로 위로하게 된다.<에필로그>
군인, 경찰, 소방관 등 제복을 입는 사람들은 일반 생활인과는 다른 특별한 사명감과 신념이 필요하다. 법과 규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스스로 깨어있는 자세로 위기 상황에서 솔선수범하는 신념과 실천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특히 고위급 리더들의 역할은 국가와 국민을 수호하는데 핵심적인 요소인데도 일부 인사들은 자신의 책무보다는 사적인 이익을 위해 눈치를 보며 위기를 사전에 막지 못해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기도 한다. 다시 한번 제복을 입는 사람들은 막중한 임무와 책임에 대해 특단의 재무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하며 국민들은 그런 그들을 진정한 영웅으로 존경하고 따를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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