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지는 경기침체 그림자…"주식보다는 채권 담을 때"

美 물가 급등세 둔화
금리인상 속도조절 전망
시장선 '침체 신호' 해석

기업 실적 불확실성 커
"채권 비중 높일 시기"
미국의 물가 급등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발표에 주식과 채권이 동반 랠리를 펼치고 있다. 다음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 아닌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밟으면서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다. 증권가에서는 내년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것에 대비해 주식보다는 채권 비중을 높일 때라는 조언이 나온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80.6%를 기록했다. 1주일 전 61.5%에서 큰 폭으로 높아졌다. 반면 0.75%포인트 인상 가능성은 같은 기간 38.5%에서 19.4%로 낮아졌다.채권 금리도 일제히 하락 전환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 주 전까지만 해도 4%를 웃돌았지만 단숨에 3.8%대로 낮아졌다. 지난 1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99%포인트 급락한 연 3.834%에 거래를 마쳤다. 채권 금리가 낮아졌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도 채권 투자에 대해 긍정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향후 3~6개월 동안 채권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확대’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 현금 비중에 대한 의견은 ‘확대’에서 ‘축소’로 하향했다. 주식은 ‘중립’ 의견을 제시했다. 내년 연간 전망을 발표한 교보증권도 채권이 주식보다 저평가돼있다고 분석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주식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채권 또한 매크로(거시경제) 상황이 변수이지만 주식보다는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내년 경기침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초 기업들의 연간 실적 가이던스(예상치)가 공개되면 경기침체 우려가 부각되면서 다시 한번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연말까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상승세)가 지속된 뒤 내년 1분기 증시가 바닥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금리 인하 사이클 초기에도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가 재미를 봤다. 1981년 하반기 Fed가 금리 인하로 전환했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경기침체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미국 주식은 11.87% 빠졌다. 반면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로 미국 채권은 12.44%라는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증시 반등으로 주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아진 것도 부담 요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다. 2005년 이후 상위 22%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랠리가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상승을 동반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