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엮이자 주가 375% 급등"…대체 뭐길래? [심성미의 증시 돋보기]

무함마드 왕세자. / 사진=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17일)을 앞두고 증권시장에서 '네옴시티 관련주'가 연일 들썩이고 있습니다.

그가 주도하고 있는 '네옴시티(NEOM CITY)'라는 프로젝트 때문입니다. '네옴시티 테마'가 스치기만 해도 해당 기업은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네옴시티 테마주'의 대장주는 단연 한미글로벌입니다. 테마가 형성되던 무렵인 지난 6월 저점 대비 13일 종가 기준 무려 375% 급등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디에프나 희림, 유신, 성신양회, 도화엔지니어링 등 네오시티 수주전에 얽혀있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대부분 주가가 올 저점 대비 2~4배 급등했습니다.

대체 네옴시티가 뭐길래 주가를 이렇게 움직이는 걸까요?네옴시티는 2016년 빈 살만 왕세자가 제시한 미래도시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의 하위 프로젝트 중 하나입니다. 재생에너지와 인공지능을 적용해 최첨단 도시를 건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조감도를 살펴보면 어렸을 적 과학 시간에나 상상했던 미래 도시를 그대로 갖추고 있습니다. 네옴시티는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주거지역인 '더 라인'은 길이 170㎞에 달하는 직선 도시입니다. 100% 저탄소 친환경에너지로 운영됩니다. 도시 외벽은 거대한 거울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도시는 위로, 옆으로도 확장될 수 있습니다. 도시 내 이동수단은 날아다니는 택시(Flying taxi)와 고속철도가 전부입니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없는 도시인 셈입니다.
이 외에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어지는 해양 산업단지인 '옥사곤', 산맥과 호수를 아우르는 휴양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이 포함됩니다. 네옴시티의 총 면적은 2만6500㎢로 서울의 44배에 달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 프로젝트에 예산을 5000억달러(710조원)이나 책정했습니다.

공상과학(SF) 만화에서나 존재하던 미래 도시를 구현한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지만 막강한 오일머니로 무장한 사우디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우디는 이미 1차 완공목표 시기를 2025~2026년으로 내세웠습니다.

이 때문에 네옴시티 관련 수주전도 한껏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제 2의 중동 붐'을 연상케할 정도입니다. 빈 살만 왕세자가 오는 17일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할 국내 건설, 토목 기업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최근 왕세자 일행이 서울 롯데호텔 서울 400실을 통째로 예약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관련 테마주도 더욱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이 테마주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공시 등으로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성이 입증된 곳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한미글로벌 3사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마저도 주가가 400% 넘게 오른 한미글로벌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액은 아직까지 26억원에 불과합니다.물론 업계에선 추가 수주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가능성만으로 주가가 너무 빨리 급등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미글로벌과 이 회사 임원들이 최근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도 찜찜합니다. 지난 11일 한미글로벌은 '글로벌 사업 및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자금 확보'를 이유로 자사주 70만주를 11월14일부터 12월9일까지 처분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299억5790만원어치입니다.
지난 2일엔 한미글로벌의 정 모 임원이 주식 30만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약 120억원어치에 달합니다. 구체적인 실적이 증명되지 않은 채 기대감만으로 폭등한 주가이기 때문에 수주가 녹록지 않아진다면 주가도 급등 전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테마주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할 때라는 조언이 나옵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