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세계경제 분열 위험"…IMF 경고 나왔다

"양측 단절하면 세계 GDP 매년 1840조원씩 위축"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세계 경제를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두 강대국이 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새 무역 장벽을 세운다면 부유층을 제외한 중산층과 저소득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그는 "세계 경제 분열이 심화하는 것이 우려된다"며 "우리는 '몽유병'에 걸려 더 빈곤하고 덜 안전한 세계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IMF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미·중 상호 대립 체제로 재편될 경우 그렇지 않을 때보다 전 세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5%, 1조4000억달러(약 1840조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게다가 세계 전자·의류·산업 중간재 공급망의 중심인 아시아 지역은 피해가 두 배 더 클 것이라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우려했다.

불가리아 출신인 그는 "나는 철의 장막 반대편에서 첫 번째 냉전을 겪으면서 자랐고 그곳은 꽤 추웠다"며 "다음 세대에 또 두 번째 냉전으로 가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규모는 연간 6000억달러(약 789조원) 이상이며, 서로 너무 밀접하게 연관돼있어 미·중 간 완전한 단절은 불가능하다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진단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중국산 수입품에 대거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미국과 중국의 탈동조화(디커플링)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이끄는 중국 정부는 자국 내 반도체산업 등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무역장벽을 높이는 등 국가 주도 첨단산업 육성 전략을 추진해왔다.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관련 수출 금지 조치 등 세계 첨단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을 사실상 퇴출하려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최근 인도에서 연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프렌드쇼어링'(동맹국들을 중심으로 한 공급망 재구축) 정책을 홍보하고 인도 등 동맹국들에 중국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각화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과 기상 이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세계 공급망이 큰 타격을 받았다.

마스크 같은 개인보호장비·반도체·천연가스 등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미국·유럽 등지 각국은 공급망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팬데믹 이후 공급망 다각화가 일리가 있다고 말하면서도 "경제 논리를 넘어서면 미국과 전 세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중국산 제품에 부과된 고율 관세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 고율 관세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 적자를 줄여주지는 못했으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정도 '재세계화'가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이런 움직임이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면 자유 무역에 따른 노동자들의 손해를 보상하는 조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만약 산업 전체가 해외로 이동했는데 그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면 새로운 기회와 기술에 접근하려는 노력을 아무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에 대한 대중적인 반대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만약 국가들이 세계 무역 관계를 끊고 내부로 향한다면, 상품의 국내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같은 근로자들에게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