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금지로 中에 억류된 미국인 수십명…미중 갈등 가중"

WSJ, 베이징에 5년 붙들린 사례 소개…"딸 수술 필요한데도 안놔줘"
美 정부 "中,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없이 외국인 출국금지"
중국에서 뚜렷한 범죄 혐의가 없음에도 경제적 분쟁 등으로 '출국금지'된 미국인이 수십 명에 달해 양국 갈등을 가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2017년 크리스마스 직전 중국의 한 공항에서 출국을 저지당한 뒤 5년 가까이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사업가 헨리 차이(61) 씨 사건을 집중 조명했다.

베이징의 유복한 가정 출신으로 항공우주공학 학위를 취득한 뒤 베이징항공우주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던 차이 씨는 1988년 유학길에 오른 아내를 따라 캘리포니아로 온 뒤 톈안먼 사태 후 귀국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자가 됐다.

하지만 10여 년 전 기업공개(IPO) 시 큰 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베이징의 KDS라는 자동차 계기판용 인쇄회로 기판 제조업체에 투자한 것이 문제가 됐다. KDS가 2015년 일시적 자금난에 돈을 차입하는 과정에서 그가 보유한 회사 주식 8%를 상환 보증에 사용할 수 있게 구두로 동의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그는 2017년 다섯 차례나 중국을 드나들며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으며, 공항에서 출국을 제지당한 뒤에야 채권자 2명이 채무를 상환할 때까지 출국을 금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사실을 알았다.

차이 씨는 출국금지가 오해해 의한 것으로 생각하고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출국금지가 4차례나 연장되며 여전히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그는 범죄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으며 사업 파트너와 재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상태다.

그는 자기 빚도 아닌 채무를 상환하라는 압박을 계속 받고 있다고 말했다.

차이 씨는 WSJ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첫 대면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한껏 악화한 양국 관계가 자신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인과 다른 외국인들에 대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 없이" 출국금지 조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해왔으며 이를 둘러싼 양국의 법률적 충돌도 증가하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중국에서는 외국인과 관련된 모든 분쟁 당사자가 외국인의 출국금지 대상자 목록에 올리도록 요청, 공안에게 공항과 철도역, 국경 검문소 등에서 확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당국은 현재 얼마나 많은 미국인이 중국에서 출국금지 돼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출국금지 대상자들이 외교관을 개입시키면 중국 정부를 자극하고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둔 중국 내 억류자 지원단체인 두이화재단의 존 캄 의장은 모호한 근거로 억류된 200여 명에 더해 30여 명이 출국금지 때문에 중국을 떠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차이 씨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중국 법은 그런 상황에서 소송 당사자의 권리와 이익을 온전히 보호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차이 씨에게 모든 적절한 영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귀국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그와 그의 가족과 긴밀히 연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차이 씨는 자신의 딸이 희귀 빈혈증에 걸려 골수 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청한 긴급 석방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이 난다며 "중국에서 겪은 일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