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 위한 대학으로 전락…'반값 등록금' 서울시립대의 그늘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 순위 '곤두박질'
서울시립대의 대학순위가 반값 등록금 시행이후 곤두박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반수'를 위한 대학으로 여겨지며 휴학생과 자퇴생도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14일 김현기 서울특별시의회 의장은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시행 이후 대학 순위가 2012년 500위권에서 2022년 800위권으로 곤두박질치며 대학 경쟁력이 형편없이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중단하고 원상복구로 정상화 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년 발표되는 세계 대학 랭킹(QS World University Rankings 2022 기준)에서 서울시립대가 10년 동안 약 300위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립대학교는 순위하락의 가장 큰 원인을 '평가받는 대학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비슷한 국내 대학들의 경우는 순위 상승 또는 유지된 점을 볼 때 경쟁력 하락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휴학생과 자퇴생이 늘어나며 학업분위기를 망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김 의장에 따르면 군 입영으로 인한 휴학은 44%에 그치는 반면, 55%에 달하는 학생들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휴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장은 "아르바이트 시간을 공부에 쏟게 한다는 ‘반값 등록금’ 시행 취지는 퇴색됐다"고 꼬집었다.

값싼 등록금으로 반수생들이 거쳐가는 학교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장은 “자퇴의 이유도 85% 이상이 타 대학 진학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등록금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소위 ‘반수’처럼 대학의 학적을 유지한 채 타 대학 진학을 위해 공부하면, 조별 토의나 조별 과제를 권장하는 현 대학교육 상황에서 면학 분위기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값등록금 유지에 대해 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은 “반값 등록금이 지난 11년 동안 투입된 시비에 상응하는 효과가 있었는지 판단해야 할 때”며 “등록금을 올리자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하자는 것으로, 학업의 질을 높이고 대학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