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26년 롱런' 쇼뮤지컬 대명사…탭댄스·군무에 빠져드는 16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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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경쾌한 탭댄스와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조명 및 의상, 화려한 군무….
1996년 국내 초연후 매년 공연
화려한 볼거리로 지루할 틈 없어
감동적 메시지 없는 점은 아쉬워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최근 개막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풍성한 볼거리와 군더더기 없는 장면 전환으로 160분에 달하는 러닝타임을 절반으로 느끼게 했다.이 작품은 ‘브로드웨이 쇼뮤지컬’의 대명사로 꼽힌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시기 각종 역경을 딛고 제작진과 배우 등이 합심해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린다. 1980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받았다. 국내에선 1996년 처음 무대에 올려져 26년간 꾸준히 공연될 만큼 인기를 모은 흥행작이다.
시간과 공간적 배경 둘 다 얼핏 이질적으로 느껴질 법하지만 극 내용은 꽤 친숙하다. 경제적 문제와 캐스팅 난항 등으로 공연을 올리기 어려운 그 시절 상황이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요즘 공연계의 모습과 닮아 있어서다. 작품 속 뮤지컬 ‘프리티 레이디’의 여주인공 페기 소여가 앙상블에서 주연으로 발탁되는 과정은 2018년 공연에서 앙상블을 맡았다가 이번 시즌에 페기 소여 역에 발탁된 배우 유낙원의 스토리와도 닮았다. 극중 인물들이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무대를 완성해낼 때 관객들도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지난 시즌보다 더 유머러스해진 연출이 눈에 띈다. 이번 시즌 첫 연출을 맡은 연출가 오루피나의 젊은 감각이 돋보인다. 연출가 줄리언 마쉬가 신인 배우 페기에게 우스꽝스럽게 연기 지도를 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이 그중 하나다.별 고민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뮤지컬이다. 딱딱 맞는 탭댄스 리듬이 신난다. 화려한 볼거리 외에 감동적인 메시지나 풍부한 가창력 등을 기대하긴 어렵다. 국내에서 처음 공연한 1996년에는 볼거리의 매력만으로 충분했겠지만 춤과 노래, 이야기 등 ‘삼박자’를 갖춘 대작이 쏟아지는 연말 뮤지컬 시장에선 흥행의 감점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공연은 내년 1월 15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