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에선 왜 백스핀이 안걸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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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 사이언스잔디를 길게 기른 구역 다시 말해 러프는 골프장의 난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다. 러프에서 치는 샷은 워낙 변수가 많아 어디로 어떻게 날아갈지 예측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골프장 난도 결정하는 러프 길이
러프선 공과 클럽 사이에 잔디 껴
마찰력 감소해 백스핀 36% 줄어
지난 8월 열렸던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세 번째 메이저대회 한화 클래식에서 9오버파를 치고도 커트 통과를 할 수 있었을 정도로 어렵게 진행된 것은 100㎜ 이상 기른 러프의 영향이 컸다.한 달 뒤 열린 KB금융 챔피언십은 길고 엉키는 성격의 켄터키블루 잔디를 90㎜ 이상 기른 러프구역을 조성해 선수들을 애먹였다. 이 대회의 커트 탈락 기준은 12오버파였다.
러프에서 치는 샷은 공이 날아가는 방향과 착지 이후의 상황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 공이 날아가는 각도, 공이 착지한 뒤 구르는 정도는 공이 클럽헤드를 맞는 순간에 발생하는 마찰력과 수직항력으로 결정된다. 잔디를 짧게 잘라 공과 클럽 사이에 방해물이 없는 페어웨이에서는 특별한 변수가 없다. 샷에서 만들어지는 힘이 그대로 공으로 전달돼 백스핀이 잘 만들어진다.
반면 러프에서는 공이 낮게 날고 더 멀리 구를 때가 많다. 공의 움직임을 결정하는 두 힘 가운데 수직항력은 페어웨이에서의 샷과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마찰력이다. 클럽헤드가 공을 만날 때 생기는 마찰력으로 백스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둘 사이에서 잔디가 마찰력을 줄인다. 페어웨이에서보다 백스핀이 덜 생기는 이유다. 클럽헤드에서 공의 중심으로 전달되는 힘도 잔디의 방해로 약해진다.결국 러프에서 친 공은 백스핀이 잘 걸리지 않고 힘을 덜 받으면서 더 낮게 뜨고 더 많이 구른다.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내리 꽂아야 하는 아이언샷에서는 치명적인 악재가 되는 셈이다.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5번 아이언을 기준으로 페어웨이에서 샷을 할 때보다 러프에서 하는 샷에서 백스핀이 36% 줄어든다고 한다.
러프에서 최대한 잔디의 방해를 줄이려면 클럽 페이스 표면의 홈인 그루브에 풀이나 흙이 끼지 않도록 틈틈이 닦아주는 게 좋다. 떨어지는 탄도는 로프트와 클럽 길이로 보강할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