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다음 소설 화두는 불멸의 시대, 인간의 행복"(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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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서 인터뷰…주인공은 남성·2024년 출간 전망
"이태원 참사, 너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해 숨이 턱턱 막힌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완전한 행복'까지 누적 판매부수가 200만부에 달하는 '스릴러의 여왕' 정유정 작가가 다음 소설에서는 불멸의 시대 인간의 행복을 다룰 것이라고 털어놨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정 작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화가 정복되는 불멸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얻고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유토피아가 왔을 때 과연 인간은 행복할까가 다음 소설의 화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완전한 행복'을 마치고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속초 바닷가에서 이런 방향으로 노화와 미래기술 등 다음 작품의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공부에 몰두했다.
새 작품은 지금까지 작품 중 분량이 가장 많고, 2024년 완성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아직 집필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남성이 될 전망이다.
그의 일상은 작품의 진행단계에 따라 공부하는 시기와 집필 시기로 나뉘는데 공부하는 시기에는 오전 9시부터 일정을 시작해 오후까지 공부를 이어간다.
집필할 때는 오전 4시부터 진도를 나가 오전 중 작업을 마치는 편이다. 오후에는 기존에 썼던 것을 고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 노트 정리를 하는데, 소설 하나를 쓰려면 노트 10권 정도를 채운다"면서 "소설을 쓰다가 어떤 지식이 필요하면 노트에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서 한다.
고증을 위한 전문가 인터뷰는 초고를 쓰면서 한다"고 설명했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으로 이어지는 악의 3부작에 이어 이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정 작가는 완전한 행복부터 시작해 욕망의 3부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설을 쓰는 게 맨날 써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끝나고 새 소설을 쓰려고 앉으면 그 빈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지내는 날이 굉장히 길어요.
너무 막막하고, 죽겠어요.
" 그의 작품 중 종의 기원은 독일을 비롯해 22개국에서, 7년의 밤은 18개국에서 출간됐다.
7년의 밤은 범인이 누군지 쫓는 추리소설보다는 범인을 드러내놓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파고드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유럽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편이다.
2016년 독일 출간 당시 독일 주간 디 차이트가 집계하는 추리소설 베스트 10권에 몇 달씩 머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 작가는 집필할 때 해외독자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생각 안 하고, 주인공의 이름을 지을 때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좋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어려운 이름의 경우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항상 주인공을 벼랑 끝에 세운다.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 기로에 섰을 때 저기 뻔히 벼랑 끝이 보이는데 냅다 파멸로 질주하는 이들이 그의 주인공이다.
직접 벼랑 끝에 서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이 벼랑끝이었다"면서 "특히 처녀 가장 노릇을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20대가 벼랑 끝에 서 있던 시절이었는데, 벼랑 끝에 선 사람의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심정을 너무 잘 알아 집필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상에 도전해 11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기 전에 5년간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정 작가는 "간호사로서 죽음 앞에선 인간을 너무 많이 만나면서 작가로서의 세계관이 만들어졌다"면서 "우리는 모두 죽는데, 죽음의 기차가 우리 앞에 다가오기 전에 내 삶과 치열하게 붙어 싸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유대인으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빅터 E.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자유의지, 존엄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 연민을 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7년의 밤에서 최현수는 어리석은 짓을 했지만, 자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아들에 대한 사랑을 지켜냈고, 아들의 삶을 지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작가는 "누구나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순간에 맞부딪혔을 때, 제 소설이 간접체험이 돼 조금이나마 학습된 깨달음이 있다면, 한 번쯤 숨을 죽이고 박자를 죽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가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쓰려면 자기를 들여다보고 솔직하기로 작정해야 한다"면서 "독자는 악인은 사랑해도 위선자를 좋아하는 독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독일에 도착한 정 작가는 독일 독자들을 상대로 본 대학과 보훔 대학에서는 7년의 밤, 베를린 자유대에서는 주독일한국문화원 주최로 종의 기원 낭독회를 했다.
보훔대에서는 예상보다 5배 많은 100여명의 독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고, 베를린자유대에서도 사전 예약을 받은 자리 70석이 꽉찼다.
정 작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아들이 20대인데 뉴스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한게 아들에게 전화해 어디있느냐 물었더니 이태원 가려다가 집에 있다고 했다.
가장 큰 공포가 사라지니 그때부터 그순간이 상상이 되면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속상했다.
젊은이들이 자꾸 이렇게 참사를 당하고 희생되는게 속상하다.
모든 국민이 그렇겠지만, 자식있는 사람은 자기 자식 아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이번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너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해 숨이 턱턱 막힌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 '완전한 행복'까지 누적 판매부수가 200만부에 달하는 '스릴러의 여왕' 정유정 작가가 다음 소설에서는 불멸의 시대 인간의 행복을 다룰 것이라고 털어놨다. 독일 베를린을 방문한 정 작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노화가 정복되는 불멸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면서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얻고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유토피아가 왔을 때 과연 인간은 행복할까가 다음 소설의 화두"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완전한 행복'을 마치고 올해 1월부터 5개월간 속초 바닷가에서 이런 방향으로 노화와 미래기술 등 다음 작품의 구조를 설계하기 위한 공부에 몰두했다.
새 작품은 지금까지 작품 중 분량이 가장 많고, 2024년 완성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아직 집필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남성이 될 전망이다.
그의 일상은 작품의 진행단계에 따라 공부하는 시기와 집필 시기로 나뉘는데 공부하는 시기에는 오전 9시부터 일정을 시작해 오후까지 공부를 이어간다.
집필할 때는 오전 4시부터 진도를 나가 오전 중 작업을 마치는 편이다. 오후에는 기존에 썼던 것을 고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그는 "공부하는 것에 대해 노트 정리를 하는데, 소설 하나를 쓰려면 노트 10권 정도를 채운다"면서 "소설을 쓰다가 어떤 지식이 필요하면 노트에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서 한다.
고증을 위한 전문가 인터뷰는 초고를 쓰면서 한다"고 설명했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으로 이어지는 악의 3부작에 이어 이제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정 작가는 완전한 행복부터 시작해 욕망의 3부작을 이어갈 계획이다.
"소설을 쓰는 게 맨날 써도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끝나고 새 소설을 쓰려고 앉으면 그 빈 공간을 들여다보면서 지내는 날이 굉장히 길어요.
너무 막막하고, 죽겠어요.
" 그의 작품 중 종의 기원은 독일을 비롯해 22개국에서, 7년의 밤은 18개국에서 출간됐다.
7년의 밤은 범인이 누군지 쫓는 추리소설보다는 범인을 드러내놓고 인간의 심리와 본성을 파고드는 스릴러를 좋아하는 유럽 독자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편이다.
2016년 독일 출간 당시 독일 주간 디 차이트가 집계하는 추리소설 베스트 10권에 몇 달씩 머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정 작가는 집필할 때 해외독자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것은 생각 안 하고, 주인공의 이름을 지을 때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좋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면서 "어려운 이름의 경우 이름을 바꾸는 경우도 있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항상 주인공을 벼랑 끝에 세운다.
삶을 송두리째 뒤바꿀 수 있는 기로에 섰을 때 저기 뻔히 벼랑 끝이 보이는데 냅다 파멸로 질주하는 이들이 그의 주인공이다.
직접 벼랑 끝에 서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인생이 벼랑끝이었다"면서 "특히 처녀 가장 노릇을 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20대가 벼랑 끝에 서 있던 시절이었는데, 벼랑 끝에 선 사람의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심정을 너무 잘 알아 집필할 때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문학상에 도전해 11차례 실패 끝에 마침내 2007년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하기 전에 5년간 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정 작가는 "간호사로서 죽음 앞에선 인간을 너무 많이 만나면서 작가로서의 세계관이 만들어졌다"면서 "우리는 모두 죽는데, 죽음의 기차가 우리 앞에 다가오기 전에 내 삶과 치열하게 붙어 싸워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로서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유대인으로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빅터 E.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며 "인간이 인간다운 것은 자유의지, 존엄성을 끝까지 잃지 않는 것, 연민을 가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7년의 밤에서 최현수는 어리석은 짓을 했지만, 자기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아들에 대한 사랑을 지켜냈고, 아들의 삶을 지켰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 작가는 "누구나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순간에 맞부딪혔을 때, 제 소설이 간접체험이 돼 조금이나마 학습된 깨달음이 있다면, 한 번쯤 숨을 죽이고 박자를 죽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가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쓰려면 자기를 들여다보고 솔직하기로 작정해야 한다"면서 "독자는 악인은 사랑해도 위선자를 좋아하는 독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독일에 도착한 정 작가는 독일 독자들을 상대로 본 대학과 보훔 대학에서는 7년의 밤, 베를린 자유대에서는 주독일한국문화원 주최로 종의 기원 낭독회를 했다.
보훔대에서는 예상보다 5배 많은 100여명의 독자가 몰려 성황을 이뤘고, 베를린자유대에서도 사전 예약을 받은 자리 70석이 꽉찼다.
정 작가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아들이 20대인데 뉴스를 보자마자 제일 먼저 한게 아들에게 전화해 어디있느냐 물었더니 이태원 가려다가 집에 있다고 했다.
가장 큰 공포가 사라지니 그때부터 그순간이 상상이 되면서 너무 가슴이 아프고 속상했다.
젊은이들이 자꾸 이렇게 참사를 당하고 희생되는게 속상하다.
모든 국민이 그렇겠지만, 자식있는 사람은 자기 자식 아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이번에도 그랬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