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비금융사 100% 보유 가능해지나…'금산분리' 족쇄 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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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 발표은행이 생활서비스나 비금융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비금융 사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금융당국은 현재 15%로 제한돼 있는 은행의 비금융자회사 출자 한도를 100%까지 완화하고 금융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범위를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금지사항만 규정)도 포함해서 검토하고 있다.
3가지 안 제시…비금융사 지분 모두 가질 수 있는 방안도
"금융안정 위한 금산분리 기본 틀은 유지"
15일 금융위원회는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을 발표하고, 일부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금산분리 제도란 금융과 산업자본 상호 간 소유와 지배를 제한하는 원칙으로, 1982년 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에 현재 금융자본은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나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등은 금융당국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통해 예외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다.
앞서 금융지주와 은행 등 금융권은 강한 금융규제 탓에 불리한 환경에서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달라고 건의해왔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사의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기본 원칙은 여전히 중요한 의미가 있어 금융안정을 위한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금융위는 금산분리 완화 방법으로 3가지를 제시했다.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이다.
먼저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은 현행과 같이 금융의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이는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법률 규정이 아닌 금융위 감독규정 개정과 유권해석만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른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새로운 업종을 추가할 때마다 규정 개정, 유권해석 등 별도조치가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해석에 따른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두번째 '네거티브로의 전면 전환' 방안은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금융의 비금융진출을 전면 허용하는 것이다. 비금융자회사에 대한 15% 소유 제한룰도 완화왜 은행이 비금융회사 지분을 100%까지 가질 수 있다.
대신 자회사 출자 한도 등 위험총량한도를 설정해 리스크를 통제하게 된다. 이는 신규 업종 출연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법률 개정이 필요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또 비금융업 영위에 따른 리스크가 큰 데다 금융과 비금융, 중소기업, 영세사업자가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세번째는 첫번째와 두번째 안의 절충안이다.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 방식을 따라 전면 허용하고, 부수업무는 현행 포지티브 규제하에서 허용되는 안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 안은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할 수 있다. 또한 리스크와 이해상충 우려를 경감하고, 자회사 출자는 보다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자회사 출자 관련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해 시간이 소요되고 리스크 관리 부담 증가, 이해관계자간 갈등 등이 발생할 수 있다.금융당국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초 금융규제혁신회의에 구체적인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상정해 심의할 계획이다. 내년 초 정부 차원의 금산분리 완화 방안을 확정짓겠다는 의미다.
금융위는 업무위탁 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금융규제혁신회의에 보고했다. 그간 은행권에선 주택대출 심사 시 필요한 담보가치평가 업무를 부동산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보유한 업체에 위탁하려 해도 현행 규제에 막혀있다며 개선을 요구해왔다. 금융투자업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은 내부통제 등을 제외한 본질적 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허용하다보니 규제 형평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었다.이에 금융위는 "업무위탁 규정의 상위법 위임근거를 마련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율체계를 통합·일원화할지 여부, 업무위탁 규정상 본질적 업무에 대한 위탁허용 방식, 수탁자에 대한 검사 권한 신설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