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인의 채권자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취소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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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변호사의 상속 인사이드 (26)상속인 중에 빚이 많아서 상속재산을 받아봐야 채권자들에게 강제집행만 당할 위험이 높은 사람은 보통 상속을 포기한다(민법 제1019조). 이러한 상속포기는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통상 피상속인이 사망한 날일 것이다)로부터 3개월 안에 해야 한다. 만약 이 기간을 넘겨 상속포기를 할 수 없게 되면 상속재산 분할을 해 자신은 아무 재산도 받지 않겠다고 협의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상속포기와 달리 상속재산 분할 협의는 재산권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이기 때문에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상속재산을 받지 않는 것으로 협의한 상속인의 채권자가 “분할 협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취소하는 것이 가능하다(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다29119 판결).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도 자기의 재산을 은닉·손괴 또는 제3자에게 증여하는 방법 등으로 재산을 감소시켜 채권자가 강제집행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고 싶다면 상속재산 분할 협의가 아니라 상속포기를 해야 한다(대법원 2011. 6. 9. 선고 2011다29307 판결).만약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하면서 상속재산을 전혀 받지 않겠다고 협의한 상속인이 있을 경우, 그 상속인의 채권자는 언제까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할 수 있을까? 사해행위 취소소송은 취소원인을 안 날로부터 1년, 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5년 안에 제기해야 한다(민법 제406조). 제척기간이기 때문에 이 기한을 넘기면 사해행위 취소가 가능한 채권자 취소권이 소멸한다.
그런데 상속재산이 부동산인 경우에는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한 후 그 협의서를 등기소에 제출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게 된다. 그렇다면 채권자 취소권의 제척기간의 기준이 되는 ‘채권자를 해하는 법률행위’는 언제 이뤄졌다고 봐야할까?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한 날일까, 소유권 이전 등기를 한 날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처분문서에 기초한 것으로 보이는 등기부상 등기원인일자를 중심으로 그러한 사해행위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를 판정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대법원 2021. 6. 10. 선고 2020다265808 판결). 등기부상 등기원인은 상속재산 분할 협의이므로 결국 분할 협의를 한 날을 기준으로 기간을 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상당히 불합리하다.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한 뒤 5년이 지나서 등기를 하는 경우엔 상속인의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상속인간 분할 협의가 언제 있었는지 전혀 알 방도가 없는데, 상속인들이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등기원인일자(등기 실무상으로는 피상속인의 사망일을 분할 협의일로 기재한다)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은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 따라서 외부에서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전 등기일자를 기준으로 제척기간을 넘겼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법학박사 김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