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삼성전자 아닌 TSMC 샀다

처음으로 TSMC 주식 41억 달러 규모 사들여
파운드리 기업가치 올라갈 것에 베팅
사진=연합뉴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대만 반도체 기업 TSMC의 지분 41억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이어지면서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의 기업가치가 더 커질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주식 매입 소식에 TSMC의 주가는 14일(현지시간) 장외 거래에서 4.6%가량 급등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보유증권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3분기에 TSMC 주식 약 6000만주를 매입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TSMC 주식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주식 매입에 투자한 금액은 약 41억 달러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3분기 중 주식에 투자한 자금(90억달러)의 절반에 가까운 수준이다. TSMC의 지분 1.2%에 해당한다. 로이터통신은 “버크셔가 중국 최대 전기차회사인 비야디(BYD) 지분을 줄이기 시작한 이후 TSMC 지분이 늘어났다”고 짚었다.버크셔 해서웨이의 TSMC 지분 매입은 시장에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TSMC 주가가 올해 들어 40%가량 떨어졌지만 파운드리의 가치는 여전하다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고 있긴 하지만 파운드리 공급량은 여전히 수요에 못 미치고 있어서다. 최근 외신에선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생산라인을 추가로 만들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규 생산라인에선 현존하는 최첨단 공장인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트랜지스터가 생산될 것으로 알려졌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통 경쟁사가 생기기 힘든 진입 장벽을 구축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TSMC는 파운드리라는 업종을 처음으로 구축한 뒤 시장점유율 70%가량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문사 가드너 루소 앤드 퀸의 파트너 톰 루소는 "세계가 TSMC의 제품 없이는 돌아가지 않게 됐다고 버크셔 해서웨이가 믿는 것 같다"며 "갈수록 일상생활의 중심이 돼 가는 반도체를 내놓는 데 필요한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에서 버크셔 해서웨이는 TSMC를 포함한 10대 주식 투자 자산의 명단도 공개했다. 애플 주식이 1237억달러어치로 가장 많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주식은 305억달러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TSMC 외에 다른 주식도 신규 매입했다. 건축 소재 업체 '루이지애나 퍼시픽'과 월가 금융회사 제프리스 파이낸셜 그룹 주식도 각각 2억9700만달러와 1300만달러어치를 새로 사들였다. 셰브런,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셀러니즈, 파라마운트 글로벌은 보유지분도 확대했다. 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 뱅크 오브 뉴욕 멜론, 제너럴모터스(GM), 크로거, US뱅크코프 지분은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버크셔 해서웨이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총 660억달러를 주식 매입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배나 늘어난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으로 주가가 곤두박질칠 때를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신영/심성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