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3배 뛴 어음부도율, 5년 만에 최고치…왜? [조미현의 외환·금융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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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어음부도율은 0.26%로, 전달(0.02%) 대비 13배 올랐다. 지난 2017년 6월(0.28%)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어음부도율은 외상 거래로 제품을 납품받은 업체가 향후 돈을 갚겠다고 발행한 일종의 채권인 어음의 부도 금액을 전체 어음 교환금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약속어음, 당좌수표는 물론 회사채, 기업어음(CP) 등의 부도율도 포함된다.기업의 영업 여건이 나빠지면 어음을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그만큼 어음부도율은 올라간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에는 어음부도율이 2% 넘게 치솟기도 했다.
9월 어음부도율이 급등한 것은 레고랜드 사태 영향 때문이다. 지난 9월28일 강원도가 레고랜드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2050억원 규모 자산유동화증권(ABCP)이 부도 처리됐다. 9월 어음부도액 4678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한은 관계자는 "어음부도율에는 ABCP 부도도 포함된다"며 "레고랜드 영향을 제외하고는 어음부도율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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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위원은 "현재 은행들은 건전성 및 유동성 관련 이슈가 크지 않지만, 증권사의 경우 PF-ABCP 채무보증 등 추가적 유동성 마련을 위해 자산을 매각하게 되면 시장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담보 여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유동성을 공급해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다른 금통위원은 "회사채 시장과 CP 시장을 구별해서 살펴봐야 하며, 동시에 채권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일치도 고려해야 한다"며 "일부 증권사의 경우에는 담보 여력 부족으로 인한 자산매각 등이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한 금통위원은 "현 경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유동성 공급 필요성은 충분해 보이나,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와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과거 ECB 및 미국의 경우에도 금리 인상 과정에서 자금을 공급한 사례가 있지만 그 실적은 미미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부도업체는 총 101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48개)과 비교하면 부도업체 수는 30%가량 줄어들었다. 올해 1~9월 평균 어음부도율은 0.078%로, 지난해 같은 기간(0.075%)을 웃돌았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