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말의 품격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2022shp@semas.or.kr
‘스불재’ ‘점메추’ ‘갓생’…. 분명히 한국말인데 무슨 뜻인지 도통 알 수 없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쓰는 신조어다. 예능은 물론 언론에서도 사용하는 일이 늘었다. 신조어 능력시험도 본다. 많이 맞히면 깨어있는 젊은 세대고 틀리면 유행도 모르는 꼰대다.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다. 신조어는 어떤가. 스불재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는가? 젊은 세대는 자신들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기성세대를 향해 ‘말이 안 통한다’며 소통을 거부한다. 참고로 스불재란 ‘스스로 불러온 재앙’을 줄여 만든 신조어라고 한다.최근 신조어, 줄임말 활용 여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사람’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젊은이들만의 특성과 문화라는 명목하에 소통이 되지 않는, 이른바 ‘나쁜 말’을 사용하면 세대 간 갈등과 단절을 조장할 뿐이다. 소통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에 일방적으로 맞추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세대, 계층, 성별, 문화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상대를 존중하는 말을 나눌 때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말은 사고(思考)를 지배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이 있다. 너무 뛰어난 사람은 미움받기 쉽다는 뜻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그럼 중간만 가면 되지…’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물이 너무 맑으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같은 말도 있다. 하지만 사촌이 땅을 사면 축하할 일이고, 나에게 콩고물이라도 떨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맑은 물에는 깨끗한 물고기들이 모이기 마련이다. 계속해서 나쁜 말을 사용하면 부정적인 사고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필자가 만 39세의 나이로 대전 서구청장에 취임할 당시, 대전 서구 중심도로와 지하차도에 대대적으로 붙였던 글귀가 있다. “남의 말을 좋게 하자”다. 타인과 관련된 말을 할 때는 더더욱 정갈한 언행을 사용해야 한다. 옛말에도 “화살은 쏘고 주워도 말은 하고 못 줍는다”고 했다. 불필요한 오해를 살 만한 말을 줄이고 신뢰와 믿음을 쌓을 수 있는 말을 늘려야 한다.

말은 곧 품격이다. 말은 사고로, 사고는 행동으로, 행동은 품격으로 이어진다. 나쁜 말은 좋은 사고와 행동을 배척하고 진취성과 창의성을 해친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라도 좋은 말, 진심이 담긴 말, 진실한 말을 하도록 평소 노력하고 연습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모두가 함께 나쁜 말 줄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