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매혹의 걸작들] 갑옷을 입은 남자…'베네치아 화파' 틴토레토의 숨결이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사람과 물건이 오가는 곳엔 돈이 모이고, 돈이 있는 곳에서 예술은 태어난다. 16세기 이탈리아 베네치아가 그런 장소였다. 해상 무역으로 쌓아올린 막대한 부, 지중해의 화사한 풍광, 다양한 문화권과의 교류, 향락적인 분위기는 예술이 꽃을 피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토양이었다. 틴토레토(1519~1594)와 티치아노, 베로네세 등으로 대표되는 ‘베네치아 화파’가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빛과 색채로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초상화와 종교화, 역사화와 전투 장면 묘사 등 다양한 종류의 그림에 능통했던 틴토레토는 ‘갑옷을 입은 남자’ 작품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쳤다. 턱수염을 기른 남성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갑옷의 우아한 금장식과 반사광까지 세심하게 포착했다. 창문 밖 바다에는 붉은색 군용선이 떠 있다. 선박 위에 그려진 하얀 조각상은 짐꾼, 여행자 등의 수호성인인 크리스토포로스를 묘사한 것이다.그의 당당한 눈빛과 자세는 자신감, 갑옷과 군용선은 삶의 궤적을 드러낸다. 공화국 해군에 복무하며 해상 원정에서 부를 축적한 베네치아 귀족으로 추정된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