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제의 정치화에 반대"…'美와 밀착'하는 한국 견제

공급망·경제안보 두고 온도차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에 경고
북핵 적극 개입 요청엔 즉답 피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더 성숙하게 발전시키자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공급망 문제와 경제 안보 관련 이슈에선 온도차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견제로 해석되는 시 주석의 발언들이 중국에서 보도됐다.

중국 관영 CCTV는 이날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윤 대통령과 한 회담에서 “양국 간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 및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며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안보와 경제를 자의적으로 연계)’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미국 중심의 첨단 기술 공급망 구축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시 주석은 또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정치적 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치적 신뢰’, ‘전략적 소통’ 등은 양국의 사드 갈등 국면에서 중국 인사들이 자주 써온 표현이다.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행보가 중국의 안보상 이해를 해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완곡하게 전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발언은 대통령실이 공개한 양국 정상회담 보도자료엔 포함되지 않았다.

시 주석은 이날 첫머리 발언에서도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자”고 했다. ‘진정한 다자주의’는 중국이 미국·호주·일본·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인 쿼드 등 미국 중심의 국제기구를 비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에 적극 개입해달라는 윤 대통령 측 요청에 대해서도 시 주석은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인 중국에 더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윤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CCTV는 북한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발언 내용 자체를 다루지 않았다.다만 일각에선 이번 회담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전향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시 주석은 첫머리 발언에서 “중·한(중국과 한국은)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날 “한·중 국민 간 문화 교류에 개방적 자세를 갖고 있다”고 한 발언은 한한령(限韓令) 이후 위축된 양국 문화 콘텐츠 교류의 재개를 시사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동현/발리=김인엽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