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아마존, 이번주 약 1만명 정리해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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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바이스 부문, 소매 부문, 인사 부문 등 정규직아마존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약 1만명에 이르는 정규직 직원들을 정리해고에 나선다. 아마존 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감축이다.
전체 정규직 직원의 3% 미만
팬데믹 기간 수요 폭발에 2년 동안 인력 두 배로 증가
엔데믹 이후 수요 감소에 비용 증가 감당 못해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정리해고가 음성 비서 알렉사를 포함한 아마존의 디바이스 부문과 소매 부문, 인사 부문에 집중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체 해고 규모는 유동적이다. 1만명 수준에 이른다면 아마존 정규직 직원의 약 3%, 시간제 근로자로 구성된 150만명 이상의 전세계 근로자의 1% 미만에 해당한다고 NYT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아마존이 수천명의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아마존의 이번 정리해고는 통상 안정적으로 인력 규모를 유지해왔던 연말연휴 쇼핑기간에 단행된 것으로 세계 경기둔화의 직접적인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수요가 급증하며 직원수를 빠르게 늘려왔다. 개별 소비자들은 아마존의 온라인 쇼핑으로, 기업들은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인 AWS로 몰려들었다. 아마존의 정규직과 시간제 직원을 포함한 전체 직원은 2019년 말 79만8000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160만명으로 2년 동안 두 배 늘었다. 또 경쟁력 있는 인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이유로 올해 초 엔지니어등 기술직 직원들에 대한 현금 보상 한도를 두 배 이상 늘려왔다.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벌어들인 현금을 새로운 기술 개발에 투자해왔다.
하지만 올 초 엔데믹과 함께 국면이 바뀌었다. 소비자들은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 시작했고,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지출이 줄어들면서 아마존의 매출은 줄었다. 성장 속도는 20년 만에 가장 느려졌고, 그동안 늘린 투자는 감당하기 힘든 비용으로 돌아왔다. 지난 분기에 매출이 소폭 반등하긴 했지만 아마존은 현재 분기의 성장세가 다시 약화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적극적인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 NYT에 따르면 앤디 재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기관투자가를 만나 비용 절감 노력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데믹 기간 적극적으로 진행했던 신규 물류센터 확장을 철회했다. 최근 몇 달 동안 1차 원격진료 서비스인 아마존케어, 400명을 고용하고 있는 홈딜리버리 로봇 스카우트, 30년 동안 봉제 용품을 판매해온 자회사 패브릭닷컴 등을 폐쇄하거나 축소했다.지난 4~9월 시간제 근로자 등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을 8만명 가까이 줄였다. 9월엔 소규모 팀의 채용을 동결했고, 지난달엔 핵심 사업인 소매부문에서 1만개 이상의 개방형 직군을 채용하는 것을 중단했다. 이달 초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포함한 회사 전체의 채용을 몇달 동안 동결했다.
알렉사를 포함한 디바이스 부분은 인력감축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음성 서비스 기술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아마존은 2018년 알렉사와 에코 디바이스 부문의 엔지니어를 전년보다 두 배인 1만명으로 늘렸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지원하는 디바이스를 수억개 판매했지만 마진률이 낮았고, 수익원으로 여겨졌던 보이스 쇼핑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2018년 에코와 알렉사 부문은 약 5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소매부문은 오프라인·온라인 소매업과 물류업을 아우르며 팬데믹 기간 수요 급증과 급격한 확장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아마존은 확장 계획을 철회했으며, 소비자 부문에 불확실성이 있다고 기관투자자들에게 언급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소비자들의 지갑을 압박하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다양한 결과에 대해 준비됐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