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뒤 떡볶이 먹방…"소송 당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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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로 희생자 명단 공개 후 떡볶이 광고친야(親野) 성향 시민언론 민들레와 유튜브채널 더탐사가 유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가 이를 삭제했다.
떡볶이 먹으며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토로
유가족 "원치 않는 명단 공개 멈춰라" 성토
해당 사이트에 공개됐던 포스터는 15일 오전 현재 삭제된 상태며 유족의 항의 끝에 10여 명의 명단 또한 지워졌다.155명의 명단이 적힌 포스터 대신 외신에서 보도한 사망자 인터뷰 기사가 올라가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태원 사망자 명단 공개한 곳 어제 방송 중 특이점"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유튜브 채널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후 떡볶이 판매를 한 것에 대한 비판 글이 올라왔다. 진행자들은 떡볶이를 덜어 먹으며 "엄청난 소송에 시달리고 있고 저희 보도 인용한 시민이 고발당했다. 그분도 도와드려야 한다"며 소송 비용 마련을 위해 떡볶이 판매를 하고 있음을 설명했다.진행자는 "쫄깃한 밀떡에 분말스프 넣고 끓으면 매콤달달한 떡볶이가 완성된다"면서 "너무 맛있다"고 연신 말했다.네티즌들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세월호 때 컵라면 먹었다가 사퇴한 장관도 있었는데", "광고 배너만 띄운 것도 아니고 먹방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당 유튜브 매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으나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대지 못해 논란이 된 곳이다. 해당 의혹은 국정감사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질의로 이어졌다. 이 매체는 한 장관에 대한 스토킹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이들 매체 측은 일방적으로 사망자 명단을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희생자들을 익명의 그늘 속에 계속 묻히게 함으로써 파장을 축소하려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재난의 정치화이자 정치공학"이라고 주장했다.이들은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면서 "희생자들의 영정과 사연, 기타 심경을 전하고 싶은 유족들은 이메일로 연락을 주시면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는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족의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는,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면서 반드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동의 없이 명단이 공개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참담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유가족들은 해당 글에 "지금 뭐 하시는 거냐? 저는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당장 글 내려라", "동의한 적도 없고 심지어 연락조차도 못 받았는데 누구 마음대로 동생 이름을 여기에 올리나", "유족들이 동의한 피해자만 올린 것도 아니고 우리 가족의 비극을 그냥 정치싸움에 쓸 기름으로 여긴 건가", "악보다 그릇된 정의가 무섭다는 말이 실감 난다. 자기들이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유족이고 법이고 다 무시하는 건가. 그리고 이게 희생자를 위한 거라며 합리화하나"라는 댓글을 달며 울분을 토했다.한 유가족은 SBS와 인터뷰에서 "(애도한들) 유가족들만큼 이 사람들이 슬플까?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전 국민에게 애도를 강요한다는 것은, 본인들 언론사의 이름을 알리고자 하는 일밖에 더 되지 않냐고 생각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